목회칼럼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 아래 글은 지난 6월 금식과 기도의 시간을 가진 후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을 정리하여, 2024년 7월 3일 임시 당회 때 초안을, 7월14일 사역협의회 및 권사연합 모임과 7월21일 총목자모임에서 나누고 이제 다운 가족들과 공유합니다. 칼럼 제목을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라고 적은 이유는 제가 은퇴할 때 하고 싶은 말을 담은 노래를 최근 발견했는데, 아래에 있는 노래를 들어보시면 알 것입니다. 은퇴할 때 이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저와 함께 예수를 믿고 변화한 분들, 주님을 위해 섬김과 순종을 다 하신 분들, 그리고 저의 리더십으로 인해 힘들었던 분들에게 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곧 그 날이 올 것입니다.
남은 10여 년, 아름다운 ‘계승’을 준비하며
1993년 03월 23일, 말씀을 통해서 저를 찾아온 주님을 주인으로 삼은 이후, 30년!
2004년 12월 24일, 다운공동체교회 담임목사 부임 후, 20년!
2024년 현재, 이제 무대에서 내려와야 할 시간을 10여 년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니, 주님을 만난 후, 첫 10년은 따뜻한 만남을 통한 훈련의 시간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예수를 만나 꿈을 꾸는 한 청년에게 만남의 복을 허락하셨습니다. 다운공동체교회에서의 만남, 신학대학원에서의 만남, 캐나다에서의 만남, 가정교회와의 만남을 통해 목회에 대해 준비시킨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담임목사 부임 후, 15년 동안, 하나님께서는 생각지도 않은 은혜와 부흥을 주셨습니다.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는지 한 가지로만 설명할 길은 없지만, ‘다운 가족들의 약함과 순전함’인 것만은 분명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시간, 저를 비롯하여 다운 가족들은 “약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서 겸손인 줄 알았는데, 자랑이나 교만 자체를 할 수가 없었고, 하나 되어 따른 줄 알았는데, 분열할 이유가 없어서 담임목사를 따를 수밖에 없었고, 영적인 깊이가 있어서가 아닌, 의지할 것이 없어서 하나님만 의지하는 “순전함”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시간 정말 ‘약했지만 순전’했습니다. 그것을 하나님께서는 귀하게 보시고 사용하셨다고 봅니다.
광야를 지나 2019년 교회당 건축을 하여 구영리로 입성하였습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평이었을까요? 가나안에 입성한 백성들의 교만이었을까요? 사탄의 시기심이었을까요? 우리의 약함의 자리에는 욕망이, 우리의 순전함의 자리에는 교만이 자리 잡았습니다. 담임목사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좀 더 교회 사이즈에 맞는 리더십을 준비했더라면 어땠을까 후회도 해 보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고,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고 봅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의 죄악에 비해 고통이 적었던 것이 은혜였음을 고백합니다.
이 일을 통해 인간실존이 가장 약한 존재인 동시에 가장 악한 존재인 것을 알게 하셨습니다.
인간이라는 것이 순전한 존재일 수도 있지만, 가장 추한 존재임을 알게 하셨습니다. 건축을 하지 않았다면, 건축 전에 다른 교회로 갔더라면, 이 ‘악함과 추함’을 보지 않았을까? 그러나 벌써 알았어야 할 사실을 이제라도 알게 된 것이 하나님의 인내하심이고 은혜였음을 고백합니다. 무엇보다, 이 시간이 없었다면, 우리는 주님의 십자가 사건을 믿지만, 내가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존재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20년을 목회하고 돌아보니, 앞으로 우리가 살길은 날마다 우리의 약함을 하나님께 솔직하게 고백하는 순전함을 회복하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또한, 눈물 나는 아픔이지만, 그 잃어버린 5년에게 할 수 있는 거룩한 복수가 있다면, 더욱 성경적인 교회를 세우는 일과 더불어 ‘성경적인 계승’을 이루어 내는 일임을 깨닫습니다.
2024년, 이제 남은 10여 년을 남겨두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성경적인 계승”입니다.
제 은퇴 날짜가 분명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지만, 그것은 하나님과 공동체에 맡깁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물러나는 것입니다. 성경은 리더의 시작만큼이나, 퇴장에 대해 일관되게 말씀합니다. 족장들의 퇴장, 모세의 퇴장, 그리고 주님의 퇴장, 그리고 사도들의 퇴장을 통해 일관된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 ‘계승’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20년이면 한 목회자가 한 교회를 위해 충분히 헌신했다고 봅니다. 오히려 저에게는 10여 년의 시간을 덤으로 주셨습니다. 그렇기에 남은 시간은 ‘계승’을 잘 준비하고 내려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방법은 지금까지 20년을 ‘성경대로’를 붙잡고 왔으니, 계승도 퇴장도 ‘성경대로’면 됩니다.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않은 모세처럼, 사도들을 세우고 떠난 주님처럼, 집사들을 세운 사도들처럼 그 속에서 길을 찾으면 됩니다. 그러나 이 일은 결코 담임목사 혼자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함께 이 일을 해내야 합니다. 당회와 리더들, 온 교우들이 기도하며 하나됨과 거룩함으로 준비합시다.
1. 리더십을 훈련하고 검증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 2024년 가을 현재의 초원을 더 확대하여 ‘조장’을 세웁니다.
- 조장 가운데 리더십이 검증된 사람들을 초원지기로 임명합니다.
2. 성경적인 정신의 계승과 리더십의 문화를 만듭니다.
- 다운공동체는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사도들의 믿음 위에, 예루살렘 교회와 안디옥 교회의 정신과 문화를 계승합니다.
- 리더는 섬김과 영적인 본이 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실패할 수 있고 탈진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경우, 사역을 조정하고, 회복한 뒤에 다시 사역에 임하는 문화를 만듭니다.
- 기도가 사역보다 앞서는 문화, 소통을 통한 신뢰와 역할 인식을 통한 순종의 정신을 세워야합니다. 리더들부터 적용하여 본을 보이도록 합니다.
3. 계승을 위한 새로운 리더를 준비합니다.
- 이를 위해 현재 조기 은퇴하기로 한 장로는 규정대로 임기까지 이를 위한 준비를 합니다.
- 중직자 은퇴식은 특별한 경우외에는 수요일 또는 예배 중 간소하게 합니다.
4. ‘한 교회당 안의 여러 공동체’를 위한 실제적인 준비를 합니다.
- 이것이 이 시대에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인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찾아야 합니다.
-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면 내려놓고, 하나님 뜻이라면, 준비작업을 해야 합니다.
- 문제점에 대한 대안과 방법론을 모색하고, 수정하고 원칙을 만드는 일을 지속합니다.
- 시스템과 문화가 되었다고 판단되면, 3대 담임목사는 퇴장을 합니다.
이 생각은 지난 6월 금식과 기도 가운데 주신 마음입니다. 남은 시간을 하나님께서 붙여 주신 여러분들과 함께 마지막 임무인 ‘성경적인 계승’을 잘 수행하고 퇴장하고 싶은 마음에 글로 남겼습니다. 하나 되어 기도하며, 상호 간의 신뢰와 배려 그리고 리더를 향한 순종으로 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기를 당부합니다. 부디 깨어 있어 사탄에게 넘어지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