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목회서신 9 광야에서 지키는 첫 성탄절
목회서신 9 광야에서 지키는 첫 성탄절
이제 10일이 지나면 성탄절입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신 주님의 사랑이 다시 새롭게 여러분과 제 안에 풍성하게 넘쳐나길 소망합니다. 또한 우리도 주님처럼 우리의 작은 순종과 섬김의 삶이 하나님께는 영광이 되고 이 땅의 누군가에는 평화의 씨앗이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매년 성탄절 가운데 기억에 나는 성탄절이 한 두 번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유년과 청소년 시절의 성탄절이 기억에 남습니다. 유년 시절 새벽잠을 깨워가며 새벽송 오시는 교회 선생님들을 이불 밑에서 기다렸던 기억은 따뜻하고도 아련하게 남아있습니다. 청소년 시절에는 성탄 이브 날, 교회에서 밤을 꼬박 새우면서 새벽송을 가기 전까지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모여서 선물교환을 하면서 성탄새벽을 기다렸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 친구들과 장난끼가 발동해서 큰 냉장고 박스 안에 제가 직접 선물로 들어갔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장난으로 시작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정말 성탄의 정신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누군가에게 복음의 선물이 되는 삶! 그것이 주님께서 먼저 보여주신 모습이고 우리가 닮아야 할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아픈 성탄의 기억도 있습니다. 2004년 12월 24일 성탄을 하루 앞 둔 날, 저는 다운공동체 교회 3대 목사로 부임했습니다. 당시 달력을 보면 24일 성탄이브는 금요일, 25일 성탄절은 토요일 그리고 26일은 주일이었습니다. 그 주일은 이취임 예배가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24일 오전에 노회로부터 부랴부랴 담임목사청빙허락을 받고 성탄이브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다운공동체 상황은 여러 가지로 정말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성탄 이브에는 모두들 돌 하나 가슴에 얹은 심정이었습니다. 웃을 수도 울수도 없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땅에 오신 주님을 축하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준 교우들의 성탄 축하 공연 모습과 이취임 예배 때의 모습은 지금까지 제게 마치 한 장의 사진처럼 새겨져 있습니다. 또한 그것을 지켜보면서 ‘중이 제 머리 깎는 심정으로’ 그 연속 3일의 행사와 예배를 인도해 내야 했던 저의 슬픈 모습이 가끔 떠오릅니다.
그런데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좋은 기억이든지 나쁜 기억이든지 그 보다 더 강한 기억을 만나기 전에는 잘 지워지지 않는 특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게 있어서 성탄절은 거기서 멈춰져 있습니다. 그것도 슬픈 성탄절로 말입니다. 그 후로 10번이 넘는 성탄절을 이 공동체에서 보냈지만 거의 기억에 나지 않습니다. 그냥 하나의 행사로 지내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와 내년 성탄절은 왠지 이 공동체에 온 이후 2004년의 그 슬픈 성탄절을 지울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왜냐하면 올해 성탄절은 구영리 예배당 부지에서 드리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기공식을 겸해서 말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성탄은 광야에서 드리기 때문에 왠지 성경에 나오는 첫 성탄처럼 별을 쫓아왔던 동박 박사들과 같은 가난한 맘과 기대하는 맘으로 드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계획대로 된다면 내년 2018년 성탄예배는 구영리 새 예배당에서 드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 또한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새 예배당 구영리에서 드려질 첫 성탄절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주님이 이 땅에 오신 것처럼 다운 공동체가 복음을 들고 처음으로 구영리로 입성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다운 가족 여러분!
이제 우리는 2017년 12월 25일을 기점으로 시공업체와 정식계약을 맺고, 올해 안으로 공사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일부 설계변경으로 인한 재허가 여부와 허가권을 가진 울주군청의 새청사로의 이사로 인해서 몇 일정도 연기도 있을 수 있겠지만 가능한 성탄절 이후 연말 안으로 착공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공사의 시작을 알리는 기공식을 성탄절 날 함께 가지려 합니다. 여러분들은 11시까지 구영리 부지로 오시면 됩니다. 차량은 선바위교를 지나면 공영주차장이 있는데 거기에 주차하고 오시면 됩니다. 자세한 안내는 다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성탄절 날 기공을 선포하는 것으로만 끝이 난다면, 올해 성탄예배 역시 주님의 오심을 축하하는 예배가 아니고 기공식만 기억에 남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번 성탄절은 우리의 희생이 들어간 예배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치 주님이 이 땅에 오실 때 별을 보고 주님을 찾아간 동박 박사들이 경배(예배)만 한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는 정말 소중하고 귀한 것이었던 황금과 유황과 몰약을 드린 것처럼 우리도 이번 성탄절을 그렇게 지켜보길 소망합니다.
“그들이 별을 보고 매우 크게 기뻐하고 기뻐하더라 집에 들어가 아기와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엎드려 아기께 경배하고 보배합을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리니라 (마태복음 2장 10-11절)”
지금 당회원들과 건축임원들은 대구은행과 건축비에 대한 대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약 40억 정도의 대출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건축과 관련된 대출의 경우, 건축공사비의 10% 정도 선에서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그 계약금에 대해서는 대출을 해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마도 건축 시공 능력을 보는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이에 지난 주 당회에서는 올 해 성탄절 감사헌금을 “건축 계약금 마련을 위한 헌금”으로 드리자고 결의를 했습니다. 지금은 비상시국이니 여러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이 건축이 끝나면 과거처럼 성탄헌금은 이웃을 위해서 사용될 날이 올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한 주 기도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우리 교우들에게 설명을 할까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지혜를 구했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분들은 헌금이야기만 하면 목사님들은 돈 이야기를 너무 쉽게 한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분들은 각자 믿음을 따라서 하면 되지 연약한 사람도 있는데 꼭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가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또 어떤 분들은 나는 지금까지 잘 하고 있는데 또 부담을 준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또 어떤 분들은 지금까지 헌금한 것이 어디에 사용되었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제가 고민이 많습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앞서 이런 저런 생각에 대해서 모두 동의를 합니다. 그리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럼에도 변명을 하자면 이런 말을 해야 하는 목사의 마음은 얼마나 힘이 들까를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고, 담임목사로서 목회를 하다 보니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고,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지만 해야만 하는 때가 있는데 그 때가 지금이고 그것이 바로 돈 이야기임을 굳이 변명으로 말씀드립니다. 또한 목회자의 역할이 저 자신을 비롯하여 성도들의 삶의 전 영역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보여주는 것이라면 어렵지만 돈도 거기에 포함된다고 믿기에 지금은 어떤 분들이 아프거나 실족할 수 있음을 생각하면서도 말씀드릴 수 밖에 없음을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목회자가 설교를 하든 글이나 말로써 헌신을 요구하든 그것은 어디까지나 말씀과 신앙양심에 근거를 둔 선포이고 원칙적인 도전이라는 것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즉 결코 누구를 시험 들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반면에 순종이든 건강한 거부든 그것은 또한 여러분들의 몫이라는 사실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다운 가족 여러분!
이런 맘을 가지고 이제부터는 우리가 좀 더 짐을 나누어지기 위한 제안을 드려봅니다. 우리가 처음 건축을 시작할 때 흔히 하듯이 작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나름의 기준과 방향 제시는 했습니다. “내 평생의 일 년을 하나님께(다음세대를 위하여)!”라고. 그래서 이미 우리 가운데는 자기 일 년 연봉을 하나님께 드린 분들이 있습니다. 누구인지 모르지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조심스런 이야기지만 이쯤에서 담임목사 이야기도 조금하겠습니다. 공직자가 재산을 공개하듯 혹여라도 여러분 가운데 이렇게 글을 쓰는 담임목사는 얼마나 헌금을 했는가 궁금해 하시는 분이 있거나 헌금 이야기만 나오면 마치 헌금을 목회자에게 한다고 무의식 가운데 생각하거나 또는 목회자를 마치 갑(?)으로 생각하는 상처를 가진 분이 혹시 계실지 몰라서 공개를 합니다. 무엇보다 저 역시도 하나님 앞에서는 여러분과 동일하게 예배자이고 물질에 대한 헌신자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오늘은 공개를 하는 것이 덕이 될 것 같아 정말 조심스런 맘으로 저희 부부의 건축헌금 내역을 공개합니다. 혹 마음이 불편한 분이 계시더라도 이 시대가 투명성의 부재인 시대여서 때로는 오픈하는 것이 낫다고 믿고 목회하기로 한 제 심정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그로 인해서 천국에서의 제 상이 작아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저희 가정은 2014년 9월 부지구입 당시 저희 부부 1년 연봉의 2배를 하나님 앞에 드리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연봉보다는 조금 올려서 1억을 채워서 하나님께 드리기로 했습니다. 현재까지 68,804,380원을 헌금했습니다. 여기에는 2014년까지 적립된 퇴직금과 강의료, 설교사례 그리고 생활비를 아낀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8년 안으로 최선을 다해서 하나님과 약속한 1억을 하나님 앞에 드리려고 합니다,
사랑하는 다운 가족 여러분!
이제 이 마지막 제안을 드림으로써 이 힘든 긴 글을 맺으려고 합니다. 이번 성탄절에는 이렇게 한번 해보시면 어떻겠습니까? 각자의 형편이 모두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다운공동체 담임목사 이렇게 한번 제안해 봅니다.
이번 성탄절에는 우리 다운가족들은 올 한해 자신의 연봉의 1/12, 즉 한 달 수입을 하나님 앞에 드려보십시다. 제가 이렇게 제안하는 이유는 현재 우리 교회 한 달 평균 십일조가 4000만원 조금 넘습니다. 그렇다면 그 10배면 4억이 마련됩니다. 그러면 넉넉하게 계약금을 마련하게 됩니다. 물론 한 달 생활비를 내고 나면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시겠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각자의 믿음과 지혜에 맡기겠습니다. 개인이 집을 옮길 때도 어떻게 하든지 목돈을 마련해야 할 때가 있지 않겠습니까? 하물며 다운가족들의 신앙의 집을 짓는데도 각자 조금의 목돈이 들어가는 희생을 어떤 식으로든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희는 모아놓은 것에다가 대출을 조금 받아서 헌금을 먼저 드리고 조금씩 갚아 나가려고 합니다. 아이들도 자신의 한달 용돈 정도의 금액에 대해서 빌려주더라도 헌신을 드리도록 할 생각입니다. 혹 십일조를 하지 않은 분들도 자신의 한 달 생활비만큼은 드려보길 부탁드려봅니다.
사실, 이렇게 제안을 드리는 이유는 너무 한 번에 큰 헌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못하는 분들을 위해서 이렇게 조금은 부담은 되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서 이제 건축헌금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입니다. 한번 해 보십시오. 어떤 식으로든지 마음의 평강과 하나님의 도우심을 경험한 것입니다. 또한 아무리 하나님을 보고 헌금을 한다고 해도 나를 비롯해서 소수의 사람들만 하는 것 같은 분들에게 담임목사로서 짐을 나누어지도록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도 있습니다.
아울러 마지막 당부는 어떤 분들은 성탄절 까지 마련하기 어려운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은 1월말까지 해도 되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어려운 분들은 늘 그렇듯이 시험 들거나 교회를 옮기려고 생각하지 마시고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그 역시 믿음으로 잘 이겨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또한 이 세상을 살아 가면서 배우는 성숙의 훈련이기 때문입니다. 형편이 되는 분들도 헌금을 할 때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형편이 안 되어서 헌금은 못드리지만 겸손하게 기도로 돕고 자리를 지켜주는 것 역시 믿음입니다. 또 형편이 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지 지금까지 하지 못하는 분들이 내게 주신 축복의 분량에 맞게 감당하는 것에도 역시 믿음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믿음을 따라 할 뿐입니다. 저 또한 담임목사이기에 이 글을 쓰고 있지만, 그럼에도 또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이기에 주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믿음으로 드립니다. 더불어 인간적으로는 제 작은 헌신을 보시고 제가 한 이 일도 기억하셔서 저와 제 자녀들에게 하늘의 복을 내려주실 것을 믿고 드립니다.(느헤미야 13장 14절) 저 역시 작은 믿음으로 이 일을 감당할 뿐입니다.
사랑하는 다운 가족 여러분!
다시 한번 긴 글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긴 글 속에서 리더로서 건축에 대한 고민과 헌금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그럼에도 말할 수 밖에 없는 부담과 여러분들의 희생이 들어간 헌금이 향유 옥합을 깨트린 것이 되어 하늘 복 받기를 바라는 목회자의 진심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이번 성탄절이 동박박사들처럼 경배와 더불어 각자의 믿음으로 드린 황금과 유황과 몰약을 드린 성탄절이 되어 광야에서 지키는 성탄절이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나는 성탄절이 되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하나님, 내가 한 일을 기억하여 주십시오.
하나님의 성전을 보살핀 일과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정성껏 한 이 일을 잊지 마십시오!(느헤미야 13장 14절)
2017년 12월 15일 교만한 종 박종국 목사 드림
추신: 주일 날 목회서신과 더불어 배부될 봉투 사진을 홈페이지에 첨부합니다.
목회자로서 많은 고뇌와 힘드심이 느껴지는 글이라 생각됩니다.
이제까지 목사님께서 목회자로 보여주신 신실함, 리더로서 항상 투명하게 교회를 이끌어주시는 모습을 보아왔기에 다른 성도님들도 시험에 들지 않고 믿음안에서 이번 칼럼을 보았을거라 믿습니다.
또한 하나님께서 항상 저희를 기억하시고 저희가 드리는 모든 이 정성을 잊지 않으실거라 믿습니다.
항상 바른길로 저희를 인도하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에 감사드리며 주님의 은혜안에 항상 머무시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