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은혜로 합시다?
저희 교회에는 새가족(박목사 주: 교회를 다닌지 3년 미만의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입니다. 최근에 어떤 새가족이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목사님, 교회 밖에 있을 때, 그래도 교회 다니는 사람은 약속도 잘 지키고 안 믿는 사람보다 책임감이 낫다고 생각했는데, 교회 안에 들어와 보니 생각보다 약속도 안 지키고 무책임한 것에 놀랐습니다” 라는 말을 했습니다. 청년들이 배우자를 고를 때 오래 믿은 청년들이 더 무책임하다는 말이 곤욕스럽습니다.
슬픈 일이지만 저도 동의합니다. 저의 오랜 딜레마가 무엇인가하면, 왜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자란 아이들이 때로는 더 이기적인가 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믿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오히려 더 의리가 없는가하는 생각입니다. 심지어 훨씬 더 거짓말에도 능통한가 하는 것입니다. 약속도 쉽게 지키지 못할 때가 더 많습니다. 이것은 현재까지도 저의 숙제입니다. 몰론 저희 집과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하나님께서 더 죄가 많은 사람부터 부르다 보니 교회에 먼저 온 사람일수록 죄가 많기 때문에 연약해서 그렇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닐지 몰라도 왠지 변명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죄인을 부르셔서 훈련시키는 분이 하나님이신데, 그 하나님은 어디에 계신걸까요? 그렇게 생각하자니 교회가 무슨 무인가 정신요양원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오히려 제 생각엔 오래도록 한국교회 안에 있는 이상한 전통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교회는 모든 것을 “은혜로 합시다”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이 말이 최선을 다했는데 사람의 힘으로 안 되는 것이 있을 때 기도하고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기대하며 나가자는 말이면 좋겠는데, 대부분의 경우 이 말은 “좋은게 좋은 거니까 덮고 이해해주자”는 의미로 쓰인다는 것입니다. 이 말 속에는 또한 제대로 훈련되지 못한 사람들의 변명이 숨어있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명절 지나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 쓴 소리 한번 하겠습니다! 실패하는 사람에겐 늘 실패하는 습관이 있음을 봅니다. 우리가 언제까지 작은교회의 미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남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약속한 것은 지키는 습관을 훈련하십시다. 약속! 사실은 자기자신의 얼굴입니다. 약속 지키는 수준이 곧 자기 삶의 수준일 때가 많습니다.
이번 주 목장모임 통계를 봅니다. 목장이 가정교회라면 교회가 주일날 문 닫을 수 없으니 안 되면 목자부부만이라도 모이는 원칙에 도전하는 목장이길 바랍니다. 목원들에게도 부탁합니다. 오기로 약속했으면 그것이 선약이라면, 사람이 죽은 일이 아니라면 오도록합시다. 왜 언제나 교회와의 약속은 어겨도 쉽게 이해가 될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목자, 목녀 마음 한번만 헤아려 보십시오. 사람마음 다 똑 같습니다. 안될 것 같으면 처음부터 안된다고 말씀해 주는 성숙한 문화 한번 만들어 보십시다.
목자, 목녀, 집사면 그 이름에 맞는 주일성수, 새벽기도무릎 지킵시다. 교사이면, 최소한 아이들 위해 기도하고 준비해서 가르치는 교사이길 바랍니다. 수요교사모임에 참석해 주시고 안되는 분은 새벽에 나와서 기도로 준비해 주시고 최악의 경우 교역자들에게 자료를 받아서 준비 하시기 바랍니다. 훈련받기로 했으면,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제대로 참석하고 과제도 충실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결석한 분은 보강 확실하게 받읍시다! 교회나 하나님과의 약속을 여러분 직장의 상사나 거래처 사람정도만큼, 딱 그만큼만 중요시 여기면 존경 받을 것입니다.
짧은 인생이지만 살아보니, 무엇이든 반쯤 미칠 때 그 사람 성공하겠더라 소리 들립디다. 신앙생활 어떻다? 교회가 어떻다? 복을 왜 못받지 하기 전에 정말 반쯤은 미쳐보았는지 돌아봅시다. 왜 우리의 자녀들이 믿는 집에서 자라는데 때로는 세상 아이들보다 못할까요? 엄마가 얼룩소면 새끼소도 얼룩소입디다! 이 가을에 가장 기본적인 약속을 지키는 일에 반쯤만 미쳐봅시다! 우리교회는 새가족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