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게시판
고센타임즈 # 역지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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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분가후 첫 모임을 하며..
목녀님의 휑한 얼굴이 잊혀지지가 않았습니다.
가뜩이나 작은(?) 얼굴에 슬픈 표정을 짓고 계신 목녀님을 바라보니 마치 그 모습이 90년대 미니시리즈 속의 비련의 여주인공(최진실/심은하는 아닙니다..) 같아 모두가 덩달아 우울함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차마 인간 된 도리로써 그 모습을 보고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 조금이나마 목녀님의 휑한 마음을 덜어드리고자 금주는 저희 집에서 목장 모임을 개최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사실, 제 아내의 음식 솜씨가 어디 내세우고 손님들을 초대하여 대접 할 정도는 아닌지라 결혼 후 지난 2년간 먹어 보았던 음식중 가장 그럴싸 했던 '스파게티'로 종목을 정하고 나머지는 어찌 인스턴트 또는 3분 요리로 때워 보자는 심산으로 감히(?) 아내의 허락도 없이 지난주 모임에서 공포하고 준비를 해 보았습니다.
고로, 이번 목장글에서는 늘상 하던 예배 내용이나 나눔의 내용 보단 정말 오랫만에 음식을 준비하며 저희 부부가 느꼈던 마음을 글로 나열 해보고자 합니다.
사실 몇년전 목장이라는 것이 처음 구성되었을때,
좀 얍삽하고 이해타산이 빠른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 결혼하고 가정 꾸며보니 내 입에 풀칠하는 것만 해도 벅차던데.."
목장에 참여를 하면서도
"이 대식구를 먹이는 고기와 쌀들은 어디서 오는거지.."
하는 의문은 늘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와중에 저희 집에서 모임을 준비하며..
역시나 생각했던대로 작게 준비한다고 해도 이 일은 보통일이 아니었음을 깨닫습니다.
지난 모임에서 자신있게
"다음주는 저희 집에서 하지요!! 하하하하!!"
했던 모습은 어디로 가버리고.. 월요일이 되자 불안감이 엄습해왔습니다.
1. 과연 다른 사람들이 우리집 음식에 만족할 수가 있을 것인가..
2. 아 이번주는 회사가 바쁜데, 언제 식재료를 사고 준비하나..
3. 지난 주에 치과치료 하느라 생활비가 빠듯한데..
4. 그건 그렇고 이렇게 준비하는데 안오는 사람 있으면 정말 짜증나겠다..
각종 불안감과 수반하는 짜증이 수시로 왔다갔다 하고는 합니다.
어떻게 월/화/수요일을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목요일은 일찍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와 아내를 도우며 괜시리 조바심도 내봅니다.
그러나, 어김없이 일곱시반이 되니 목원들이 들이 닥칩니다.
약간의 보탬도 없이 표현해서..
몇년 만에 보는 친척 보다도 더 반가운..
그런 느낌이 가장 좋은 표현인 것 같네요..
순간, 몇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듯 일종의 환희가 밀려옵니다..
그래서인지 오늘의 목장 모임은 더 즐겁고 풍성하고 영광된 것 같습니다..
사실 저희 부부는 이렇게 하루 대충으로 목자/목녀님의 식사준비 체험을 해보았습니다만..
이 과정에서 저희 부부는 또 많은 것을 깨닫습니다.
이보다 훨씬 풍성하고 맛있는 식사를 매주 준비하며..
내가 겪었던 불안감을 매주 반복해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인가..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그자리에 잠시 흉내를 내본 것만으로도
목자/목녀님에 대한 사랑이 더욱 커짐을 느끼며..
목장 모임에 결석하는 것은 저 분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일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습니다.
앞으로는 결석을 하지 않아야 겠습니다.
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꼭꼭 되새기며 금주 보고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