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사역[使役, ministry]이 사역[死役]이 되지 않기 위해
교회 안에서 모든 성도들의 역할은 목양과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세워가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각자에게 주어진 은사와 직분, 역할을 따라 사역[使役, ministry]을 하게 됩니다. 사역을 통해 교회(목장)가 더욱 가족공동체가 되어가며, 영혼구원이 일어나고, 목자(녀,부)로 헌신하게 되는 변화의 열매들이 풍성해지는 것은 큰 기쁨이며, 그 기쁨은 사역의 현장에 큰 힘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역이 잘 되지 않는 중에 지치고, 탈진할 때가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이러할 때, 사역[使役]이 사역[死役]이 될 수 있습니다. 사역이 생명을 살리고 세워가며, 본인도 성장해가는 기쁘고 행복한 일이 아니라, 자신과 어느 누군가를 힘겹게 하는 불행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탈진으로 인해 겪는 사역의 위기는 특별히 더 헌신된 사람만 겪는 것은 아닙니다. 예외 없이 누구나 겪게 됩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요. 그러니, 탈진의 시간들을 겪을 때,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 아닙니다.
탈진의 징후, 증상은 어떤 면에서는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탈진이 기회가 되어 우리 각자의 중심을 다시금 살피고, 새 힘을 공급받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몸이 피곤함을 느끼기에, 수면 등 쉼을 갖게 되고, 이를 계기로 계속해서 활동할 힘을 공급받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만일, 자동차에 기름이 다 떨어져 가는데도, 주유등이 켜지지 않아 주유할 시기를 놓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기에, 탈진의 증상들은 우리 각자가 사역할 힘과 방향을 잃고, 완전 번아웃 되기 전에, 붙들어주시는 하나님의 또 다른 손길이며, 우리를 하나님 앞으로 부르시는 초대입니다. 언젠가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창의적 생각 실험에서 발표 내용 중 ‘충전 없이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핸드폰 배터리’에 들은 적이 있습니다. 휴대폰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꿈과 같은 일이겠죠. 그러나, 단 한번의 충전도 필요없는 배터리가 가능할까요?
이러한 사실을 생각할 때, 사역[使役]이 사역[死役]이 되지 않도록 사역에만 집중하지 말고, 하나님과 지내는 삶에 집중해야 합니다. 담임목사님께서 몇 주전 목회칼럼(“무척산 기도원을 다녀왔습니다” 中)에서 나눠주신 내용처럼, 하나님과 독대하는 삶에 헌신해야 합니다. 사역의 필요를 위해 기도하는 정도가 아니라, 기도 자체가 중요한 사역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할 때, 사역의 열매가 많을 때는 잘 되는 것에 감사하며, 더 겸손히 최선을 다하게 되고, 사역이 안 되고 고통스럽고, 지칠 때에는 그러한 시간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희생의 세월이 되도록 믿음을 지켜줍니다.
저도 목회자로서 사역하는 중에, 겪게 되는 여러 모양의 탈진들을 이겨내고 견딜 수 있는 힘들은 결국 말씀과 기도로 하나님 앞에 독대하는 시간을 통해 얻을 수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 시간에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제가 힘을 얻는 3가지 정도의 묵상 내용이 있습니다.
1) 먼저, 위로해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떠올리며, 제 자신의 어깨를 토닥토닥해줍니다.
엘리야가 죽겠다며 로뎀나무 아래서 호소할 때, 하나님께서는 엘리야를 천사를 통해 먹고 마시며 쉬게 하시고 어루만져 주심으로 위로해주셨고(왕상19:7), 예수님은 바다에 빠진 베드로를 향해, 믿음이 없냐고 말씀하시기 전에 먼저 손을 내밀어 붙잡아 주셨습니다(마14:31). 이 장면을 떠올리며, 넘어짐 가운데 있는 실망스러운 제 모습을 자책(학)하기 보다는 하나님의 위로의 손길을 떠올리며, “그래도 그쯤에서 멈춰서 다행이다”, “그래...네가 네 마음 안다. 수고했다..”를 되뇌는 중에 제 어깨를 토닥토닥 해줍니다. 그러는 중에 임하는 하나님의 위로는 제게 힘이 됩니다.
2) 이미 받은 사랑이 크며, 족한 은혜를 받았음을 생각하며, 감사를 찾습니다.
탈진의 증상 중 하나는 감사가 점점 사라지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누군가와 비교하는 중에 감사보다는 불평이 많아집니다. 이러는 중에, 사역자가 됨이 내 의지와 선택을 넘어, 하나님의 이끄심이었고, 무엇보다도 예수를 믿어 천국백성됨이 이 세상 그 어떤 물질과 권세로도 얻을 수 없는 은혜임을 생각하게 되면, 감사가 회복됨을 경험합니다.
3) 나보다 크신 하나님, 여전히 일하시는 그리고 이루실 하나님께 기대어 소망을 봅니다.
사역 중에 탈진하게 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조급함’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신앙의 여정 중에 경험하는 실망, 섭섭함, 좌절과 분노가 조급함 때문에 올 때가 많습니다. 사람들이 빨리 성공하고 싶은데 안 되니까 좌절하고 분노합니다. 가끔 목자,목녀님들이 목장에서 목원들에게 실망하고, 섭섭해할 때를 보면, 전도한 사람이 얼른 예수를 영접하지 않고, 영접한 사람이 얼른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도 제 기준에 맞춰서 사역의 현장을 바라보는 조급함에 지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정도 했으면...”하는 생각 때문에 지칩니다.
이러할 때, 저의 무릎을 일으켜 걷게 하는 생각은 이것입니다. ‘하나님은 크시며, 여전히 일하신다....’ 애쓰지만, 변화가 더딘 영혼들을 볼 때에도, 마침표를 쉽게 찍지 않고, 기도하고 섬길 마음을 되찾는 것은, 그의 고집과 완악함보다 하나님의 은혜와 오래참으심의 사랑이 큼을 볼 때였습니다. 그 은혜 안에 항복하며 두 손들 때가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그러했듯이 말입니다.
사랑하는 다운공동체 가족 여러분, 하나님 앞에 머무는 독대의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시길 당부드립니다. 홀로333! 함께333!에 힘써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역하다보면, 가장 우선적이어야 할 그 시간들이 차선이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과 지내는 삶의 선택은 우선되지 않으면 차선도 될 수 없음을 경험합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 안에서 사역[使役]이 사역[死役]이 아닌 사력[肆力,있는 힘]을 다하는 소중한 삶의 한 자리가 되시길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