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안 믿는 부모님을 향해 소망을 가지세요
좋은 칼럼이 있어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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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교수이고, 중앙일보 상임고문이며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씨가 몇 해 전 예수님을 영접하고 세례를 받아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평생을 한국 지성을 대표한다는 말을 들으며 무신론자로 살아왔고, 해박한 성경에 관한 지식으로 기독교를 비평하는 강의까지 하던 그였기 때문에 세간을 놀라게 했는데 이번에 그가 믿게 된 과정이 책으로 나와서 서점가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책 제목이 '지성에서 영성으로' 인데 지난 번 한국에 갔을 때 구지홍 목사님이 선물로 주셔서 읽어보았습니다. 한 사람이 하나님을 믿게 된 사건이 감동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겠습니까마는 문학가의 섬세한 필체로 표현하는 영적인 변화의 과정은 읽는 사람에게 순간순간 진한 감동을 주는 것이 베스트셀러가 되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이 분이 예수님을 영접하게 된 계기는 한마디로 영혼의 고달픔이었던 것 같습니다. 평생을 지성에 의지해서 거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한 사람이 인생의 후반부에서 느끼는 인생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던 것이지요. 결국 그 고달픔을 견디지 못하고 있을 때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하는 그 한마디 말씀에 무릎을 꿇게 됩니다. 거기에 또 하나의 직접적인 계기는 딸의 믿음이었습니다. 이 분의 딸은 대학에서 전 과목 A 학점으로 3년 만에 조기졸업을 한 소문난 재원이었는데, 영문학을 공부하려고 미국에 유학을 와서 하나님을 만나고, 지금은 검사가 되어 있는데, 이 딸이 한국에 전화만 하면 그렇게 하나님 아버지 얘기를 했답니다. 너무 그러는 것이 얄미워서 어떨 때는 "하나님 아버지도 좋지만 이 땅의 아버지도 좀 생각해 주면 안 되냐?"고 핀잔을 주고 싶었는데, 어느 날 돌아보니 딸이 자기보다 하나님 아버지를 찾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생각해 보면 자기가 딸과 같이 있어준 시간은 기껏해야 휴가 때 여행지를 방문하고 즐거워했던 그 시간뿐이었지, 딸의 자식이 심한 ADHD로 학교도 못 보내고 밤새 고통 할 때 같이 있어 주셨던 분도, 그리고 딸이 암에 걸려서 죽음을 넘나들고 있었을 때 그 시간을 함께하고 그를 위로하고 희망을 주셨던 분도 본인이 아닌 하나님 아버지였다는 사실, 즉 딸을 키운 것은 자기가 아니고 하나님이셨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부터 그분을 믿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얘기가 저에게 감동이 되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이것이 제 부친이 예수님을 믿게 된 계기와도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제 부친도 영혼의 갈급함을 느끼던 무렵에 아들 내외를 보면서 거기서 하나님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분이 보기에 잘 나가던 직장을 포기하고 미국에서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기까지 쉽지 않은 길을 가는 것, 어두워져 가는 시력의 문제를 가지고도 좌절하지 않고 그 안에서 삶을 찾아가는 아들 부부를 보면서 그 힘든 시기에 두 사람을 살려내신 하나님의 존재를 발견했던 것이지요.
그런 것을 볼 때 미국에 와서 예수님을 믿고 아직 안 믿으시는 부모님 때문에 안타까워하시는 분들은 기대를 가지셔도 좋겠습니다. 우리가 주님을 의지하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고 결국 아름다운 삶으로 만들어가는 것을 볼 때, 그 분들은 분명 우리들의 삶속에서 함께 계시며 우리를 키워가고 계시는 하나님을 발견하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이수관 목사(휴스턴서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