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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제가 LA를 처음 방문한 것은, 유학 중이던 2002년도 4월이었습니다. 2002년은 제가 하나님 앞에 ‘담임목사’로 헌신을 한 해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담임목사로 헌신을 하기는 했는데, 제 자신이 목회가 무엇인지, 교회가 무엇인지, 담임목사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너무 모른다는 사실을 자각했습니다. 그래서 목회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첫 번째 참여한 목회자를 위한 세미나가 바로 LA의 한 교회에서 열린 ‘제자훈련세미나’였습니다.

 

당시 한국교회는 그야말로 제자훈련의 시대였고, 제 자신이 목회자로서 교회론과 관련하여 처음으로 참석한 세미나였기 때문에 그 세미나는 제게 충격이었습니다. 특히, 목회가 무엇인지, 그런 목회를 위하여 목회자가 어떤 자세로 목회를 해야 하는지는 지금도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당시 첫 강의 제목이 ‘광인론’이었는데 그야말로 ‘미쳐야 한다’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열심이 특심이었는지 그곳에서 많은 목사님들을 만났고 그분들은 저를 도와주려고 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담임이 된 이후에 그 분들은 저를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처음으로 제게 목회자의 역할에 눈을 뜨게 해 주었고, 제 무지한 질문에 어깨에 손을 얹으며 격려하며 목회자의 정체성을 가르쳐 준 목사님은 오래 전에 천국을 가셨고, 당시 서로의 만남을 분명 축복으로 여기며 만남을 지속하자고 약속했던 많은 분들은 이제 사진 속 추억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사실, LA에 오면 연락만 하면 만날 수 있지만, 지금까지 만남을 지속하면서 관계를 맺고 있는 분들은 없다는 말입니다.

 

이후,  다시 LA를 방문한 것은 2011년 9월이었습니다. 첫 번째 안식년을 보내기 위해 풀러 신학교에 적을 두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저희 가족은 목회자라는 직분을 내려놓고 교회와 목장에 소속되어 성도로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안식년을 떠났는데, 그때 하나님께서 저희들을 인도한 교회가 유대호 목사님이 담임하는 갓츠 패밀리 교회였습니다. 처음에는 목사가 목원으로 온다는 말에 반대하는 목원도 있었지만 결국 저희들은 ‘와기 목장’의 목원이 되었습니다. 이 목장의 목자 목녀님은 신용호목자님, 신승란 목녀님 입니다.

 

목장뿐 아니라 아내는 찬양대에 들어가서 찬양 대원으로 연합교회를 섬겼습니다. 아이들은 교육부서에 빠지지 않고 참여 했으며, 저 역시 유대호 목사님을 담임목사님으로 모시고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만났던 분들 대부분과 지금까지 교제하고 있습니다. LA에 오면 또 하나의 모 교회를 방문하듯이 갓츠 패밀리 교회를 방문하고, 목사님은 교인을 반기듯 저희들을 환영해주시고, 목자,목녀님 역시 여전히 목원으로서 저희들을 섬겨주십니다. 심지어 힐링센터에 묵을 수 없을 때에는 목자 목녀님 댁에서 머뭅니다. 생각할수록 축복된 만남입니다. 아울러 지면으로나마 다시 한번 갓츠 패밀리 교회 목사님과 리더들 그리고 성도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관계의 풍성함이 지속되는 만남과 그렇지 못한 만남에 대하여:

문득, 시차로 LA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2년도에 만난 분들도 2011년도에 만난 분들도 모두 주안에서 만난 만남이고 언젠가는 천국 가면 만날 만남들인데, 왜 어떤 만남은 풍성함 가운데 지금까지 관계가 지속 되고 있고, 어떤 만남은 천국에 가서 만나는 만남으로 남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도 제자훈련을 하고 있었다면 2002년에 만난 분들과 교제를 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가정교회를 하고 있고, 2011년도에 만난 분들은 가정교회 안에 있다 보니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같은 곳을 바라본다고 믿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님을 알게 될 때 그 관계는 전과 같지 않게 되었습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 즉 비전과 방향이 이만큼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누가 뭐래도 희생의 섬김이라고 봅니다. 이것은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일치하거나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진심으로 계산하지 않고 섬기는 사랑을 느낍니다. 이번에도 새로운 정부의 이민정책 탓인지 이민국을 통과하는데 거의 3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시간을 오롯이 공항 밖에서 기다려주었습니다. 차가 필요할 때는 자신의 차를 사용하도록 해 줍니다. 이 분들의 섬김은 5리를 가자고 하면 10리를 가주는 섬김입니다. 올 때마다 이 분들의 섬김을 통해 겸손해 집니다. 그래서 저 역시 제가 섬길 수 있는 것으로 최선을 다해 섬기려고 합니다. 특히, LA에서의 저의 담임목사님이신 유대호 목사님께서 시키는 대로 합니다. 토요일 아침에 예정에 없었지만, 말씀을 전해달라고 해서, 군말하지 않고 ‘예스’했습니다. 섬김은 보상을 바라거나 생색을 내서는 안되지만, 결코 일방적이 되어서는 그 관계가 지속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관계의 위기 앞에서 각자 순종으로 성숙해졌기 때문입니다. 모든 만남에는 갈등이나 고난이 찾아옵니다.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자신에게 찾아오는 어려움입니다. 2011년에 만났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저도 그랬고, 그 분들도 인생에서 찾아오는 고난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믿음으로 이겨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만남이 지속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만약에 제게 어려움이 왔을 때, 이겨내지 못했다면 이분들과의 만남도 관계도 거기까지였을 것입니다.

 

이번에 와서 제일 먼저 만난 분은 2011년 당시 저희 보다 두 달 뒤에 이민을 온 목원 동기 용환형제와 선화자매입니다. 이민 와서 예수를 믿게 되었는데, 지금은 목자 목녀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이분들의 간증을 들으면서, 순간 순간 위기 앞에서 얼마든지 하나님을 원망하고 공동체를 떠날 수 있었지만 오히려 순종하는 쪽으로 극복한 간증을 들으며, 고난이 올 때 순종으로 이겨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습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가장 가깝고 가장 신뢰했던 관계일수록 때로는 심각한 갈등이 찾아오기도 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이 만남 속에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문제 앞에서 각자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하여 상대방에게서는 ‘감사’를, 자신에게서는 ‘용서’를 발견함으로써 오히려 관계가 더 굳건해졌기 때문에 이런 풍성한 만남을 지속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LA의 잠 못 이루는 밤에 나이가 들수록, 목회를 하면 할수록 신앙생활에서도 인생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관계이고 만남이라는 생각이 더 깨달아져, 여러분들과 저의 남은 삶이 풍성한 관계와 만남이 지속되는 인생이길 바래 나누어 봅니다. 진심으로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오늘부터 시작되는 목장 모임이 풍성한 관계가 있는 만남이 되길 멀리서 기도합니다. 행복한 가정, 건강한 목장 세워가십시다! 새벽 1시 30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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