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가정교회에 대한 오해 풀기
목회하다 보면 원래 의도와 달리 교인들 사이에 하나의 원칙처럼 여겨지는 것들이 있음을 종종 봅니다. 그럴 때 깜짝 놀랍니다. 물론 처음부터 잘못된 것은 없다고 봅니다. 그때는 필요했지만, 지금은 아니거나 원래 의도와 달리 왜곡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모아서 만든 ‘교회 안의 거짓말’이라는 책도 있습니다.
최근 가정교회를 하는 이웃 교회에 가정교회를 잘 모르는 담임목사님이 부임했습니다. 교인 심방을 했는데 목자가 연락이 와서 ‘왜 허락도 없이 목원을 만났느냐고 따지더랍니다’ 그 목사님이 ‘가정교회는 원래 이렇게 하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왜곡되어도 크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이와 비슷한 오해가 대부분의 가정교회 안에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교인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중에서도 발견되곤 했습니다.
‘목사님 다른 목원들은 못 만나는 겁니까?’, ‘목사님 우리 목원은 저보다 다른 목자나 목녀와 더 자주 만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 목장 식구보다 다른 목원과 더 자주 만나고 우리 목장 소식을 그쪽 목장 식구들이 더 잘 압니다.’, ‘목사님께 바로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목자님께서 바로 목사님 찾아가지 말고 목장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해서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목자, 초원지기를 통해서 절차를 밟아서 하라고 해서...’
왜 이런 오해가 생겼나 생각해봤습니다. 아마도 이런 말이 나온 것은 가정교회로 전환한 초기에 지나칠 정도로 목사 중심의 한국교회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목회자 중심에서 평신도 리더인 목자 중심으로, 사역 중심의 교회를 공동체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목자님들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목회자들이 ‘목사는 목자의 목자이고 목원의 목자는 여러분들이 속한 목장의 목자입니다’ 라는 말을 하다 보니 이렇게 된 듯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절차상의 시스템이 아닙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것도 결국은 한 영혼을 살리고 건강한 주님의 제자로 이루어진 공동체를 만들자고 하는 것입니다. 늘 이야기하지만, 영혼 구원하고 제자 삼는데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원칙도 절차도 중요하지만 신뢰와 관계가 우선입니다. 이것을 전제로 한다면 , 목사는 교인들을 누구나 만날 수 있습니다. 교인들은 누구나 목사에게 연락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문제가 없는 목장은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목장이 관계적으로 건강하고 목자와 목원 간에 신뢰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목자들은 목원들의 문제를 해결해서 성공시켜주고 싶어합니다. 이런 목자는 자신의 주위의 건강한 리더들이나 담임목사에게 문제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목원에 대해 자주 소통합니다. 심지어 도와주려고 하면 오히려 더 고마워합니다. 이런 경우, 저도 처음에는 목원들과 만나면 목자들에게 소통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그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라 배려 차원이었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함입니다.
교인들끼리의 만남도 마찬가집니다. 동기가 선하고 목장에 대한 신뢰와 배려가 있다면, 누굴 만나도 대부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런 목자와 목원들은 누구랄 것 없이 서로 먼저 만나면 만났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분들의 특징은 우선순위가 분명합니다. 자신이 속한 목자와 목장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다른 만남을 갖습니다. 만약 그것이 누가 봐도 몸과 마음이 따로라면, 말하기 어려워도 용기를 내어 목장을 옮기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이것은 교회와 교회와의 관계, 교회와 선교단체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이 교회에 있으면서 은혜는 다른 교회 온라인 예배에서 받는다면 교회를 옮겨야 합니다. 선교단체가 내 신앙의 중심이다 싶으면 그 선교단체 대표나 관계자가 있는 곳에서 예배를 드리시면 됩니다. 선교단체 활동은 교회 공동체를 우선순위에 둔 다음이어야 합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 그 공동체에서 설교 되는 말씀, 그 공동체의 사역을 우선순위에 두고 그다음을 선택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속한 공동체의 수련회나 단기선교는 가지 않으면서 외부 단체의 수련회나 단기선교에만 참여한다고 하면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있었던 우리 교회의 한 목원과 그 목원이 속한 목자님과 주고받은 톡을 나눔으로써 이런 고민에 대한 예를 하나 삼겠습니다. 여기에는 소통을 통한 신뢰, 관계, 문제해결 능력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 영혼을 구원하고 예수님 닮게하여 성공시켜주고 싶은 팔로워십, 리더십, 파트너십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는 담임목사와 목자(녀,부) 그리고 목원과의 관계가 이래야 한다고 봅니다.
목원: 목사님, 00 목장의 000 목원입니다. 바쁘신 일정 가운데 이렇게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목사님 말씀을 들으며 언젠간 한번 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여쭙고 싶은 것도 많았습니다. 이제 울산에 남아있을 시간도 얼마 남지 않기도 하고 최근에 묵상하던 내용도 목사님께서 칼럼에 작성하신 것을 보고 이렇게 연락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박목사: 그럼 화요일 11시 30분에 사무실에서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점심 먹어요!
(만남 이후, 저는 목자에게 연락하지 않았는데, 만남 후, 목원이 연락을 한 것 같습니다.)
목자: 목사님 오늘 00 목원을 만나셨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고민이 많은 이 목원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잘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목사님께서 여러 도전되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들었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목녀: 목사님~😄 오늘 00이를 만나서 얘기들었어요. 시간 내 주셔서 좋은 얘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00이가 자신을 건강하게 보호하고, 또 예배의 자리를 잃지 않는 좋은 선택을 도전하도록 돕겠습니다.
추신: 이번 주일은 몽골단봉선을 돕기 위한 ‘양고기’ 헌금을 합니다. 그런데 요즘 성도간에 이렇게 저렇게 이름도 없이 사랑을 흘러보내는 분들이 많아 감사합니다. 제가 당회를 대표하여 잘 흘러보내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멋진 교인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