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양순안 목사와 필립 전도사 이야기
교역자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담임목회’에 대한 꿈이 있기 때문에 한 교회에 오래 머물러 있기가 쉽지 않습니다. 통계를 보면 부교역자의 평균 임기는 3년 정도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예외가 있습니다. 10년 이상의 장기 사역자들이 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지금까지 두 사람이 있습니다. 그중의 한 사람이 양순안 목사입니다. 양순안 목사는 2013년 12월부터 현재까지 만 10년 3개월째 사역하고 있습니다. 무거동에서부터 광야교회, 구영리에 오기까지 함께 이 공동체를 위해 저를 도와 묵묵히 수고한 동역자입니다. 제 목회의 기쁨도 함께했고, 제가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낼 때도 옆을 지켰습니다.
그런 양순안 목사가 우리 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담임목사 빼고는 우리 교회 모든 사역부서를 섭렵한 전설이 떠나게 되었습니다. 부산의 행복한 제자교회의 담임목사가 되기 위한 ‘동사목사’로 가게 되었습니다. 동사목사란, 1, 2년 정도 현 담임목사와 함께 목회를 하다가 담임 청빙을 위한 공동의회를 통과하게 되면 담임목사가 되는 제도입니다. 사실 양목사님은 작년부터 담임목회를 위한 기회가 있으면 보내주려고 했습니다. 신학을 시작하도록 권면한 것도 저였기에 부목사 연수는 짧지만, 지난 10년 동안 보고 배운 것을 가지고 또 다른 교회를 건강하게 세워보는 것이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는 유익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에 작년 연말에 행복한 제자교회의 임시 담임목사로 시무하시던 이경준 목사님께서 사람을 찾길래 양목사님을 적극 추천했습니다. 이후 면접을 거치고 통과가 되어 행복한 제자교회에서는 3월 말로 부임해 주길 원했으나 2024년 사역을 새롭게 시작한 우리 교회 형편을 고려하여 8월 말로 사임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다시 요청이 와서 5월 말로 사임을 하기로 두 교회가 조율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알리는 것이 좋을 듯하여 이 칼럼을 통해 공식적으로 여러분들에게 알립니다. 동사목사 기간을 잘 보내고 담임목사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고 남은 시간이 아름다운 ‘작별’을 위한 시간이 되도록 해주시길 부탁합니다.
예외적인 사역자로 또 한 사람 필립 전도사가 있습니다. 필립 전도사는 2005년 1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만 12년을 사역했습니다. 필립은 부임했을 때, 교회가 사택을 제공할 수 없어서 교회당 옥탑방에 머물면서 구영리 건축전까지 담임목사와 동일한 마음과 헌신으로 다운공동체교회를 세운 교역자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교회 파워틴 부서가 20명 전후 일 때 와서 100명 가까운 숫자로 부흥시킨 두 번째 교역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우리 교회 싱글부서가 부흥하는데 이바지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탈진과 가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2017년 12월 사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홈페이지 2017년 12월 2일자 칼럼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드립니다”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6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필립 전도사는 그동안 캘거리에 살면서 두 아이를 양육했는데, 그야말로 “고립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30대에 다운공동체에 와서 이제는 50대 초반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작년 캘거리를 방문했을 때, 고립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필립을 보면서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록키 창조론 필드트립을 함께 하면서 설령 그의 표현대로 “날개 꺾인 사역자의 모습일지라도” 이제는 사역자로 돌아오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닐까 생각하여 이번에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화 끝에 사역을 제안했고, 돌아와서 3월 2일 당회에서 필립 전도사를 파워틴 사역자로 청빙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단순히 이 결정을 인간적인 정으로만 결정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분명 결점도 있지만 우리 교회에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것이 교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목회의 마지막을 시작을 함께 한 교역자가 지켜봐 주고 함께 해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필립을 볼 때마다 제 초심을 기억하는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이번 청빙을 앞두고 필립 전도사가 당회에 보낸 편지에서 “왜 나는 다시 다운공동체로 돌아가고 싶은가”를 두 가지로 밝혔는데 일부만 나눕니다.
“이번 록키 트립을 코디네이터로 섬기게 되었고 저희 아이들도 같이 동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두 가지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첫 번째는 다시 신앙공동체로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중략) 그러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단절하기 시작했고 예배를 드리더라도 깊은 교제와 나눔이 있는 자리를 꺼리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저희 아이들도 저를 따랐고요. 그러면서 지난 6년간 정말 무인도와 같은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트립을 통해 가정교회 특히 목장 안에서 성장한 청년 그리고 청소년 자녀들을 보면서 그냥 착하다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나이 때에는 쉽게 볼 수 없는 어떤 깊은 성숙함을 느꼈습니다. 6년 동안 다른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다시 보게 되니 가정교회 그리고 목장이 우선하는 신앙공동체의 능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다시 사역자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망이었습니다. 가정생활에 실패한 후 저는 가정의 화목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사역을 할 수 있겠는가 자포자기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록키트립팀을 섬기면서 다시 6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얼마나 이 삶을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였는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저는 제가 잘나고 성숙한 신앙인인 줄 알았습니다, 꼭 사역자가 아니더라도 성도로서 정말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그러한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박목사님과 그리고 록키 트립팀을 섬기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제 자신을 의지적으로 건강한 신앙공동체의 자리에, 그리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는 사역자의 자리에 붙들어 매지 않는 이상에는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연약한 영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생각 가운데에 박종국 목사님께서 사역제안을 해 주셨을 때 제 마음은 무너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무엇이길래, 그리고 이렇게 무너지고 망가져 버린 저를 다시 동역자의 자리로 불러주심에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아이들을 보면서 제 자녀의 신앙을 위해 다시 목장과 가정교회 다운공동체 교회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비록 날개 꺾인 사역자의 모습일지라도 이, 약함이 강함이 되고 이, 약함이 동일한 어려움과 아픔이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하나님의 사역자가 될 수 있도록 몸부림치겠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