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한국교회에서 ‘씨수소’의 역할을 꿈꾸며
캘거리에서 이 글을 씁니다. 10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창조론 필드트립’을 통해 저희 부부와 상황도 세월과 함께 달라졌지만, 우리의 자녀들에게 믿음이 계승되는 일을 기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느낍니다. 언제까지일지 몰라도 순종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주일은 교회설립 34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몸은 캐나다에 와 있는데 계속해서 지난 주일 생각이 납니다. 그러다가 문득 예수님의 생애가 33년이었음이 생각났습니다. 그렇다면, 33년을 사시다가 십자가를 지시고 부활하신 주님께서 이후 하나님 우편에서 우리를 위한 중보자로 계신 것처럼 34살이 된 다운공동체교회도 이후로는 주님께서 쓰시고자 하는 곳에 쓰임 받는 종이길 소망해 봅니다.
지난 주일 설립기념예배 후 가진 총목자모임에서는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지용근 대표를 모시고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 변화 및 향후 대응방향'이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날 대표님 강의는 두 가지 이유로 인해서 최고의 강의였다고 봅니다. 목자들만 듣기에는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교회 홈페이지와 아래 유튜버 주소로 들어가면 들을 수 있게 해 두었으니 다운 가족들과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꼭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첫 번 째는 지용근 대표님의 간증 때문이었습니다. 아마 공식적인 강의에서 지대표님이 간증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 경주에서 가진 싱글목자수련회를 참관하는 가운데 우리 싱글목자의 간증을 듣고 하나님께서 간증할 마음을 주셨다고 했습니다. 간증을 들으면서 의지적으로라도 순종하는 자에게 역사하시는 말씀의 능력을 다시 한번 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역사하십니다.
또한, 객관적이기만 할 것 같은 사회학자 이전에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경험하는 것이 먼저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왜 이분을 사용하시는지도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저에게, 앞으로 강의할 때 제가 간증을 하는 것이 좋으냐고 물어 보시길래, 반드시 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교회를 진단하고 회복시키는 사역을 하는 분이 날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간증이 없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예수를 팔아 장사하는 사람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두 번 째는, 교회 밖 전문가를 통해서 다운공동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인들 대부분은 우리교회 아니면 주로 가정교회만 접하기 때문에 한국교회가 어느 정도 위기상황인지, 반면에 가정교회를 비롯하여 우리교회가 어느 정도 건강한 교회 내지는 성경적인 교회가 되려고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가운데 통계 전문가인 지대표님 통해서 우리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통계뿐만 아니라 실제로 전국의 한국교회를 눈으로 보고 다니는 지대표님의 입에서 예배 전 인사시간과 예배 후 총목자모임 첫 일성에서도 ‘다운교회는 한국에 있는 교회가 아니에요’라고 하는 말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동안 다운공동체가 달려온 길이 헛되지 않았구나라는 격려와 더불어서, 가정교회를 한다는 것이 단순히 좀 더 건강하고 부흥하는 교회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늘 이야기하듯이 교회를 "성경대로" 세운다는 질적인 변화의 의미를 담음 말이라는 것입니다.
몇년 전, 코로나 직후 줌을 통한 토론모임에서 지대표님은 가정교회에 대해서 두 가지를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왜 아픔을 간직하고 새로운 교회를 찾는 교인들을 환영하지 않는가? 하는 것과 왜 가정교회에는 급성장하는 대형교회가 출현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최 영기목사님을 비롯하여 가정교회 몇몇 리더들과 만나서 가정교회의 정신에 대해서 배우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다운공동체를 직접 보면서 이분의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미 말씀 드린대로 본인의 간증을 해야겠다는 마음과 더불어 한국교회의 위기에 대한 대안이 가정교회 안에 있음을 알고 앞으로 목회자 세미나를 비롯하여 휴스턴 연수까지 가보기로 결단을 했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가정교회에 대해서 가졌던 안타까움이 오히려 유지하고 지켜내야 할 가치임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지대표님과 같은 분들이 강의를 가면 몇 가지 이유로, 분명한 방향이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지대표님은 강의 마지막 부분에, ‘한국에 있으나 한국에 없는 것과 같은 교회’인 다운공동체교회를 향한 사명을 우리에게 던져주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씨수소’와 같은 역할입니다. 지대표님께서는 우리 교회를 “씨수소”에 비유해 주면서 우리교회가 추구하는 “영혼구원과 삶의 열매(제자도)”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 순수성을 유지하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이 34살 잔치 집에 초대된 분의 인사치레 권면이 아니라, 33년 주님의 공생애와 같은 시간을 지난 성숙한 다운공동체에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이것을 어떻게 적용할지를 계속 고민하면서 함께 나아가십시다. - 록키 창조론 필드트립 중에 캘거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