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시민교회의 사랑을 기억하십시다!
이번 주 칼럼은 지난주 말씀드린 대로 소망교도소 출소자들과 주식회사 SK의 사회적 기업인 해피투게더와 가정교회가 연합하여 섬길 사역인 빌레몬 사역에 대한 글을 적으려고 했습니다만, 주중에 기쁜 일이 생겨서 그것을 여러분들과 먼저 나누고자 합니다.
살면서 여러분들은 무엇에 기쁨을 느끼는지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자녀가 잘되는 일과 부모 형제들이 건강한 것이 큰 기쁨인 듯합니다. 목사로서는 한 영혼이라도 더 구원받는 일과 교인들의 생각과 태도가 달라져서 가정에서나 일터에서의 삶이 달라지는 것, 그리고 교인들이 교회에 와서 밝은 얼굴로 예배드리고 사역할 때입니다. 이것만 되면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건축을 하고 빚이 있는 교회의 담임목사가 되고 보니 빚을 갚을 때도 기쁨이 있네요.
지난 금요일 날 그동안 시민교회가 건축 과정에서 이자도 한 푼 받지 않고 빌려준 7억에 대해서 마지막 잔금 오천만 원을 갚음으로써 물질적인 부분은 모두 갚았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빚은 오히려 더 무겁게 남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시민교회 앞에서 교인들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고, 작은 떡이나 꽃이라도 돌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실제로 이런 계획을 당회에서 의논도 했습니다만 코로나 상황과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해서 접었습니다. 그렇지만 글로라도 감사를 남겨서 시민교회 홈페이지에도 나누고 오래 오래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감사를 너무 빨리 잊어버리는 우리를 위해서라도 남길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다운공동체 담임목사로서 처음 시민교회에 이종관 목사님께 재정 부탁을 한 것은 2014년 9월 26일 새벽기도 시간이었습니다. 그해 9월 14일 현 구영리 부지 매입을 위한 공동의회(82% 찬성)를 하고 9월 17일 매매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부지 구입 금액 18억 중에서 은행 대출 등 교회가 가진 재정을 모두 모아도 4억 2천만 원이 모자랐습니다. 잔금을 내야 할 날짜는 다가오고 있고 새벽마다 기도를 하는데, 그날 아침에 이종관 목사님 생각이 나서 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생겨 강대상 뒤에서 편지를 적었습니다. 7년 전 편지를 다시 찾아서 읽어보니 글을 쓰는데 왜 그런지 눈물이 납니다. 솔직히 최근 여러 가지 상황과 맞물려 많은 생각이 들기 때문인 듯 합니다. 언제가 제가 은퇴하고 나서 다운공동체 이야기를 쓸 일이 있다면 이런 글들도 남길 것이라 꿈꾸며 일부만 조금 나누어 봅니다.
“목사님, 새벽기도 마치고 무례를 무릎 쓰고 글을 올립니다. 찾아뵙고 식사도 대접하면서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상황이 급해서 먼저 메일부터 드림을 용서해 주시기 바라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목사님께 말씀드리고자 하니 목사님 넓은 마음으로 끝까지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중략) 목사님 먼저 저희 교회를 위해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모든 교회 재정이 넉넉한 교회가 없겠지만, 혹시 목사님 4억 2천만 원 정도를 빌려주실 수 없는지요? 아니면 일부도 괜찮습니다. 일단 그렇게 해서 대출을 받으면 연말까지 중직자들이 준비하여 갚겠습니다. 이자는 은행 이자 선에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혹 도리가 아닌 일을 했다면 진심으로 용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14년 9월 26일 아침 박종국 드림”
목사님은 그날 바로 2억을 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는 계약을 위반하지 않고 잔금을 치룰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은 이런 편지를 쓸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4년 뒤, 2018년 12월 8일 건축이 거의 마무리 될 시점에 잔금 치를 돈이 없어서 또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지금 보면 편지가 아니라 거의 소논문(?) 수준입니다. 처음보다 많은 5억을 빌려 달라고 해야 했으니 말입니다. 사실 이때의 그 염치없는 심정이란 지금도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광야 생활을 하면서 시민교회 교육관을 새벽기도와 수요기도회 장소로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평세와 목세도 그곳에서 진행했고 건축 과정에서 크고 작은 미팅도 모두 시민교회 장소를 빌려 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불어 기억하고 싶은 것은 평세에 오신 시민교회 교인들, 예배당 건축 이후 인근에 살면서 우리 교회에 새벽기도에 가끔씩 오시던 시민교회 교우분들도 헌금을 해 주셨다는 것입니다. 당시 글을 조금 나눕니다.
“목사님 정말 말도 안 되고 무례한 부탁이지만, 시민교회가 5억만 저희들에게 2달만 빌려주실 수 있을지요? 이 글을 어제 밤부터 고민하고 쓰는데도, 쓰면서도 제가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1월 말에 준공이 되면, 그리고 땅이 팔리면 그전에라도, 아니면 준공과 동시에 담보가 풀리면 새마을 금고에서 대출을 해 주겠다고 하니 바로 갚도록 하겠습니다. 혹 한번 당회에서 의논을 해 주실 수 있을지요? 혹 가능성이 있다면 저희 당회원들이 보증을 서도록 하겠습니다. 목사님, 염치도 없지만 한번 부탁드립니다. 혹 안 되면 5억 이내에서 교회 형편에서 가능한 금액이라도 괜찮습니다. 다시 한번 이런 불편한 글을 드려서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년 12월 8일 빚진 종 박종국 목사 드림
시민교회 이종관 목사님과 당회는 고심 끝에 5억을 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글을 쓰면서 참 부끄럽고 죄송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한 번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처음 2억에 대해서도 그해 연말에 갚겠다고 했지만, 해를 넘기고도 4월에나 갚았고, 5억에 대해서도 2달이면 갚겠다는 돈을 2년 반이 지난 어제서야 갚았습니다. 약속의 중요성을 그렇게 강조하는 목사가 정작 자신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이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사랑하는 다운 가족 여러분!
이 글을 남기는 것은 먼저 우리가 건축과정에서 있었던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도 수고를 했지만, 그러나 그것은 우리 교회를 위한 일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특별히 그 과정에서 시민교회를 통해서 보여준 교회와 교회 간의 연합과 사랑의 중요성도 기억하고, 우리가 그 사랑을 어떻게 갚을지를 기억했으면 합니다. 어제 이종관 목사님에게 제가 또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했습니다.
”목사님, 이 사랑을 기억하며 시민교회를 위해서 더 기도하겠습니다. 일주일 중 화요일 새벽에는 당회원들이 모여서 기도하는데 시민교회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또한 부족하지만 저와 다운공동체는 더욱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것으로 시민교회의 사랑의 빚을 갚겠습니다. 그리고 저희들도 흘려보내는 교회가 되겠습니다. 2021년 6월 11일 박종국 목사 드림“
이 약속은 지키고 싶은데 두 번이나 약속을 어기고 보니 이 또한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박 목사와 우리가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요?
2021년 6월 12일 박종국 목사
저는 구영리에 있는 다운공동체교회 박종국 목사입니다. 2004년 부임하면서부터 이목사님과 시민교회의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건강하게 앞서가는 교회의 모습을 보며 따라갈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특히 지난 건축과정에서 시민교회가 보여준 사랑은 어떻게 갚아야할지 몰라서, 아래와 같이 글로 한번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이렇게밖에 사랑을 갚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덕분에 잘 지어진 예배당과 예배 모습을 나눕니다. 다시한번 다운공동체교회를 대표하여 시민교회 이종관목사님과 장로님들, 그리고 목자 목녀님들 그리고 교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박종국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