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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많은 교회는 코로나 19 확산을 막는 일에 동참하기 위해 생명처럼 여겨온 주일예배모임까지 포기하는 진통을 겪고 있다. 한국교회의 대다수는 작은 교회인데 그들의 어려움이 가장 크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작은 교회는 힘겹게 버텨가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무엇보다 교인들이 예배를 소중하게 여기는 의식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한다. 이제 교회는 주일예배모임을 단계적으로 재개할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왜 꼭 모여야 하는지를 마음으로 묻는 이들에게 대답할 이유를 준비해야 한다.

왜 우리는 모여야 하는가? 우리가 모이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를 불러 모으시는 것에 대한 반응이며 응답이다. 보통 세상에서는 인간이 스스로 예배할 대상을 선택하지만, 하나님은 자신을 예배할 사람을 친히 선택하시고 부르신다. 그리고 예배자의 자격을 부여해주신다. 교회는 하나님께 선택받아 구속받고 의롭게 되며 거룩하게 된 사람들이 모여 하나님을 예배하는 공동체이다. 공동예배는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자매로 부름 받은 이들이 하늘 아버지 앞에 모여 함께 먹고 마시는 하나님의 가족 모임이며 잔치이다. 하나님의 한 가족은 공동예배와 교제를 통해 그리스도 안에 임한 하나님 나라를 누리며 장차 완성될 그 나라를 함께 소망하는 사람들이다. 하나님 나라의 잔치를 상징하는 성찬에서 떡을 나누며 말씀을 나눈다. 예수님의 생명과 은혜를 나눈다. 예배와 성찬의 자리에서 지상의 떡과 하늘의 떡이 결합된다. 따라서 제임스 스미스가 말했듯이 “기독교의 예배는 불가피하게 물질적이며 육체적이다.”

신앙생활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다. 우리가 모이는 이유는 함께 하나님을 섬길 뿐 아니라 서로를 섬기기 위함이다. 우리는 함께 그리스도의 형상을 이루어간다. 그리스도의 성품을 배양해가는 성화는 교제와 공동체의 토양에서만 이루어진다. 함께 모여 주님의 말씀을 나누며 그 말씀대로 사는 실천을 훈련함으로 함께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는 공동체로 자라가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공동체적인 존재가 되는 것을 뜻한다.

그리스도와 연합하는 것과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에 접붙임 받는 것을 분리할 수 없다. 그 몸의 한 지체가 되지 않는 한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연합하는 길은 없다. 그리스도의 몸인 공동체와 분리되는 것은 마치 신체로부터 잘려나간 손발처럼 흉측하게 손상된 실존을 경험하는 것과 같다. 하나님은 우리를 함께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라고 부르셨다. 그래서 세상에서 하나님의 임재와 영광을 반영하며 하나님의 통치를 대리하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기능하게 하셨다.

공동예배는 우리가 함께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며 체현하는 중요한 장이다. 예배를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와의 연합과 사귐이라는 현실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그 복음의 진리에 의해 새롭게 형성되어간다. 제임스 스미스가 말했듯이 예전은 형성적인 기능을 한다. 반복되는 예전은 우리가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며 추구하는 습관과 성향을 우리 몸에 아로새김으로 우리의 행동과 삶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우리를 형성해간다. 우리는 예배를 통해 그의 몸 안에 약동하는 그리스도 부활의 생명에 포획되어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임재와 활동을 구체화하는 미션을 수행한다.

예배로의 부르심과 세상으로 보내심이 성령 안에 하나로 연합되어있다. 성령은 우리를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며 자라도록 예배와 교제로 불러 모으시는 동시에 세상에서 하나님의 임재와 통치를 대표하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기능하도록 보내신다. 모이는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예배와 교제와 양육을 통해 건강한 그리스도의 몸으로 성장하지 않으면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임재와 활동을 구체화하는 주님의 몸의 역할을 감당할 수 없다. 따라서 모이는 교회 없이 흩어지는 교회가 있을 수 없다. 요즘 흩어지는 교회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모이는 교회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모임과 흩어짐은 하나님의 부르심과 보내심에 대한 우리의 응답으로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교회의 두 축이다. 어느 한 쪽이 무시되고 약화될 때 교회는 불구가 된다.

모이는 교회에서 성령과 말씀으로 충만하여 그리스도의 건강한 몸으로 자라가지 않으면 세상에서 그리스도를 보여주는 흩어지는 교회의 역할을 감당할 수 없다. 모이는 교회는 세상에 보냄을 받은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이로 신자를 구비하고 양육하는 훈련의 장이며 그 에너지와 동력을 공급하는 영적인 발전소와 같은 기능을 한다. 우리가 모여서 행하는 예배와 교제, 성례, 봉사, 양육은 궁극적으로 교회 안에 갇힌 신앙이 아니라 흩어지는 교회의 미션을 지향한다. 이 모든 일이 함께 모임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기독교의 위력은 모이는데 있다. 공산주의 국가가 교회를 말살하는 방법은 모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서구교회는 개인주의와 편리주의에 빠져 스스로 모이기를 폐함으로 교회가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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