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보는 것처럼 쉬운 거 아닙니다.
금요일 사택 페인트 작업이 있었습니다. 2011년도 7월에 이사 온 이후 한 번도 페인트 작업을 하지 않았으니 최소한 5년 이상은 페인트 작업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오전과 4시 30분 이후 잠깐 지켜본 작업현장은 제게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하도록 했습니다.
먼저, 아름답다고 느낄 정도로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감동이었습니다. 요즘 소규모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은 경기 침체와 구조적인 문제(?)로 많은 경우 가족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봅니다. 사택 페인트 작업을 해 주신 임 집사님 댁도 부부와 동생 그리고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형제 같은 동료가 함께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가운데 서로가 힘들고 어려울 때 밀고 댕겨 주면서 여기까지 온 이야기는 재산이 많아서 형제들끼리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에 비하면 참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결코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악하기까지 한 세상에서도 넘어진 형제를 끌어주고 그래도 살아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 가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말입니다. 사실 형제들끼리 일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그 분들도 알텐 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티격태격 하면서도 수 년 동안 함께 해 온 이 분들을 지켜보면서 십자가 사랑이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구나, ‘목수이신 예수님’이 참 가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목수이신 예수님처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다운 가족들과 이 땅의 많은 숨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고개 숙입니다.
아침 7시 30분부터 시작된 작업은 저녁 7시 30분에야 오전에 비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자발적 재촉(?) 가운데 마쳤습니다. 꼬박 12시간이 걸렸습니다. 시작 할 때와 마칠 때 두어 시간 지켜 본 일은 제가 제 일에 대해서 힘들다고 불평한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제가 2년 전쯤 칠해 본 데크 작업을 너무 쉽게 하시는 집사님의 동료 김 선생님에게 ‘저는 이것을 한 나절이나 걸려서 했는데 정말 잘 하시네요’ 했더니, 제 맘을 꿰뚫어라도 본 듯 ‘이거 보는 것처럼 쉬운 거 아닙니다’ 이렇게 말씀 하는데, 이 말이 저를 향한 주님의 말씀 같았습니다.
그래서 고작 제가 했던 가장 쉬운 일은 ‘힘들어서 어떡하냐’는 낯짝 없는 말뿐이었습니다. 그런 영혼 없는 제 말에 집사님은 연신 “늘 하는 일인데요. 괜찮습니다. 목사님이 좀 쉬셔야 하는데...”라고 말씀합니다. 주위를 보면, 두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늘 자신이 남들보다 더 힘들 것이고 생각하는 사람과 나보다 상대방이 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가진 재주라고는 말밖에 없으면서도 가끔은 내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한 저를 집사님은 참 부끄럽게 하는 하루였습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상대방이 더 힘들 것이라고, 남을 더 낫게 여기며 살도록 노력하겠다는 맘을 먹어봅니다.
그런 와중에 어두워지니 어디로 전화를 합니다. 목자님입니다. 지켜보니 그 바쁘고 힘든 삶 가운데서도 같이 일하는 분의 영혼구원과 목장을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정도 상황이면 목장이 부담이라고 말할 뻔도 한데 오히려 목장이 있어서 형제도 이웃도 전도하고 그 바쁘고 힘든 중에도 삶이 여유를 찾고 중심을 잡는다고 말씀하시는데 할 말이 없습니다.
드디어 작업을 마쳤습니다. 남자 분들은 작업복 그대로 정리를 하시는 사이, 이 건설팀(?)의 실질적인 대장(?)이신 고집사님과 동생이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육중한 짚 차에 올라 작업차량 앞장서 가시는데 정말 여장부처럼 멋졌습니다(고 집사님은 이 일을 ‘노가다’라고 표현하는 동생에게 건설업이라고 부르십니다). 떠나시는 그 분들을 보면서 지난 주, 집사님이 속한 목장의 오후 목장 특송 때가 생각났습니다. 수줍은 가운데 목장 식구들이 서로를 진심을 가지고 소개하는데 왠지 찐한 사랑이 묻어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사랑 뒤에 바로 이런 삶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득. 이렇게 힘든 삶의 자리에서 열심히 사시는 많은 분들이 생각이 납니다. 이런 분들에게 저 같은 목사가 필요는 한 것인지? 목사가 도움은 되는 것인지?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지? 그나마 조금 더 있어야 한다면 어떤 목사가 되어야 할지....참 감사하고도 죄송한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