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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궁금하지만 묻기 어려운 이야기 1: 외부집회와 사례

 

대부분의 직업에는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의 목적과 한계에 대한 일종의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가 어느 정도는 문서화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에 들어가면 일의 성격, 방법, 근무시간, 그리고 월급이나 보너스, 출장 등에 대한 기본적인 문화나 매뉴얼이 있습니다. 그런데 목회를 해보니 막상 목사의 직무에 대해서 교인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목회만큼 기본적인 직무에 대한 매뉴얼이 없는 경우도 드물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교인마다 목회자의 업무에 대한 기대가 너무 다릅니다.

 

물론 그것이 어쩌면 목회라는 직무가 갖는 특수성에 기인하는 면도 있지만 갈수록 세상도 변하고 있고 목회도 변화다 보니 이런 부분도 고민을 하게 됩니다. 조금만 서로 양보하고 설명만 해도 좋은데, 그것을 놓쳐서 본질도 아닌 것이 갈등의 요인이 되어 심각한 어려움에 빠지게 되는 것을 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까지 이슈가 된 목회자의 사례에 대한 세금 징수 부분도 과거 같으면 목사의 일이 세금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순수한 희생과 봉사직으로 이해되었지만 이제는 그것만을 주장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매뉴얼을 만들어야 할까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예를 들어 좋은 매뉴얼을 만들어도 교회 사이즈나 형편 때문에 실현을 못하는 경우도 있고. 지나치게 매뉴얼에 의존하다보면 목회자체가 직업화 되면서 목회만이 갖는 희생과 은혜가 약화되기도 합니다. 유학 할 때 경험한 외국 교회의 매뉴얼은 책 한권 정도의 분량이어서 너무 구체적으로 잘되어 있었지만 교회는 쇠퇴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목회자는 소명보다는 제도만 믿고 직업인으로 안주하든지, 제도에 매여 목회적 도전이나 부르심에 순종하여 변화를 이끄는 것 자체가 막혀버렸습니다. 우리 교회가 아직 내규를 확정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부분이 제일 두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핵심은 은혜와 상식, 희생과 제도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하는 것인데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특히 담임목사의 직무는 그 성격상 거의 자신의 양심과 성품, 달란트 그리고 교인들의 신뢰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특히 신뢰를 얻거나 개척해서 부흥시킨 목회자의 경우는 스스로 절제를 하거나 고민하지 않는 한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앞으로 시간이 될 때마다 담임목사와 관련되어 말하기 어려운 3가지 영역에 대해서는 지난 십년 동안 고민하면서 어느 정도 정리된 것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어 교회 내규를 만들 때 당회를 거쳐 문서화 하는 과정을 밟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세 가지는 담임 목사의 사택, 차량, 그리고 외부 집회와 그 사례의 사용에 관련 된 것입니다.

 

오늘은 먼저 최근 제게 가장 당면한 문제인 외부 집회와 집회 후 받는 사례의 사용에 대한 부분입니다. 당장 이번 주도 집회를 다녀왔고 다음 주는 주일을 포함하여 중국집회를 다녀와야 하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번호를 붙여 써 보겠습니다.

 

1. 외부집회는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예의상 또는 인간관계 때문에 집회를 초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외부집회는 하나님께서 어떤 목회자가 가진 은혜나 경험을 다른 공동체나 사람들에게 나누시라고 부르시는 부분이 있는 듯 합니다. 제가 전혀 모르는 교회에 초청을 받고 또 가서 말씀을 전하고 교회가 힘을 얻는 것을 보면 분명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어떤 부분에서는 담임목사가 집회를 나간다는 것이 교회와 교인들에게 주는 좋은 영향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목회자 자신에게도 재충전의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2.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한 분별력과 본 교회 사역과의 균형입니다.

즉 부른다고 다 갈 수도 없고 가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 집회가 정말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집회인지에 대한 분별과 본 교회 사역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세 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가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되는지와 제가 그나마 나눌 것이 있는 영역, 즉 가정교회, 세대통합, 일터사역에 대한 집회 요청입니다. 마지막으로 당회에 양해를 구합니다. 물론 장로님들께서 막고 싶어도 아직은 저를 허용해주십니다만 정말 단호하게 반대한다면 저는 가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3. 본질은 아니지만 한번은 짚어야 할 것은 사례인 것 같습니다.

제가 집회를 나가면, 저는 그 시간만큼은 새벽기도와 기타 교회 업무를 본 교회에 있을 때만큼은 수행을 못하게 됩니다. 또 그만큼 교역자들이 고생을 합니다. 물론 인터넷도 있어서 밖에서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고, 담임목사의 업무자체가 평상시 기본적으로 과중된 부분이 있기에 굳이 변명할 수도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일도 하지 않고 교회에서 주는 사례도 받고 집회에서 사례도 받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제 목회를 돌아보니, 이것도 교회와 목회자 개인의 형편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처음 부임했을 때 제게 외부집회는 생계와 연관이 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교회 형편 때문에 담임청빙 허락을 받기 위해 노회에 제출한 사례와 실제 사례가 달랐습니다. 거기다가 교회의 성장을 위해서 부교역자들을 더 세웠기 때문에 저로서는 외부 강의가 절실했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외부강의 사례는 십일조를 떼고 생활비에 보탰습니다. 그러다가 교회가 조금 안정이 되면서 사례도 올랐습니다. 그런데 저는 담임이라는 이유로 교회에서 사례도 그래도 제일 많이 받고 집회에서도 받는 것이 마음이 불편해서 사례를 받아오면 교역자들과 나누었습니다. 지금은 예배당 건축을 앞두고 있어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거의 사례 전체를 헌금을 합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예년과 다른 다양한 상황의 집회 초청을 받고 보니 최소한의 기준을 좀 세우고 여러분들과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국내 집회는 제 활동비에서 차비를 사용하고 전액 헌금을 해도 되지만, 해외 집회는 먼 거리의 경우 이동 경비도 만만치 않고, 또 어떤 집회는 다운공동체교회의 담임목사이기 때문에 자비량으로 가야하거나 제가 섬김을 베풀고 와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제 외부 집회 사례는 원칙적으로 사례비 중에서 3분의 2 정도는 헌금을 하고, 나머지 3분의 1정도는 경비에 보태는 것으로 해 보겠습니다. 어떤 목사님들처럼 무조건 전체를 헌금하고 경비는 제 활동비나 생활비에서 하면 좋은데 현재로는 그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성도 여러분들의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가까운 거리의 국내나 해외는 제 활동비나 마일리지에서 지불하여 왔는데 장거리 이동의 경우, 이동 경비가 만만치 않아 제가 감당할 수 없어서 당회 결의 후 교회가 지불을 먼저 하고 후에 사례비를 받으면 헌금하는 것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담임목회자라는 이유로 특혜라면 특혜이고 배려라면 배려입니다. 제 시간과 몸이 개인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다운공동체의 대표라는 공인의 개념도 있기 때문입니다. , 형편이 되는데 교회에 부담을 주는 일을 하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다운 가족 여러분!

어느 정도 궁금증이 풀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완벽한 목회자나 시스템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단지 법이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말이 있듯이 규정도 신뢰의 최소한 일 때가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앞으로 계속 고민하면서 갈테니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바라기는 글을 마무리 지으면서 자칫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아 한 말씀드립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와 우리 공동체의 고민이고 문화이지 보편적인 것은 아님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목회라는 영역에는 분명 목회자마다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그릇의 크기와 역할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다루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이런 것을 당연하게만 받아들이지 말고 고민과 배려로 받아들여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결코 다른 교회나 목회자를 평가하는 잣대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서로가 자신을 돌아보면서 배려하고 희생하는 것이 제일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추신: 이번 중국 집회(청도->상해 3교회) 중에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있는 청도 집회에는 공부중인 필립을 제외한 두 교역자와 송집사가 동행을 합니다. 수고한 교역자들과 송집사에게 조금 쉼을 주고자 함입니다. 상해까지 가는 저희 부부 경비는 저희와 초청 교회에서 부담을 했고요. 나머지 두 교역자의 경비는 가까운 곳의 후원자가 대주었습니다. ^^; 조심스러운 부탁은 이번 집회의 주목적은 이재형목사가 시무하는 상해 아멘 교회와 이목사 부부를 위로하기 위함입니다. 저도 말씀으로 최선을 다해서 섬기겠습니다만 혹 이번 교역자 여행과 이 목사님 부부를 위해서 무엇으로든지 섬기길 원하시는 분들은 송여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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