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떠남으로써 배운 것들입니다.
여러분들의 기도와 공동체의 건강함 덕분으로 지난 수요일부터 교회를 떠나 꼬박 10일 동안을 호주와 남원에서 은혜가 있는 집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한 교회의 담임 목회자가 어느 정도 선에서 외부 사역과 내부 사역을 해야 할까요?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목회자의 양심과 교인들과의 신뢰관계로 결정하는 수밖에 없는 듯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족한 저를 사용해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불평 없이 제가 없어도 자신의 자리에서 사역을 감당해주시는 여러분들이 고맙습니다.
집회를 나가면 제가 다른 교회나 교인들을 도우러 가는 것 같지만 사실 얻는 것이 더 많습니다. 결코 안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됩니다. 우리 자신의 현 위치와 다른 교회의 장점입니다. 그것을 좀 나누겠습니다.
1. 정체성, 방향, 사명이 분명한 사람과 교회가 아름답습니다.
호주를 비롯하여 인근의 뉴질랜드는 이민 역사가 짧습니다. 그만큼 삶이 녹록하지 않다는 말도 됩니다. 또한 당연히 이민교회 역사도 짧고 뿌리가 깊지 못합니다. 반면에 젊은 사람들이 많고 안정보다는 불안정한 가운데서 한 방의 기회를 잡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닥치는 대로 살기 쉽습니다. 일단 살아 남는게 급선무 일테이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인생을 살아보면, 역설적이게도 이런 상황일수록 누가 살아남는가 하면, 분명한 정체성과 방향을 잡은 사람, 거기다 사명이 분명한 사람들이 성공합니다. 이번에 호주 컨퍼런스에서는 바로 이런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런 교회를 만났습니다. 상황을 보지 않고 호주 땅에 신약교회, 성경적인 교회를 위해서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강개토대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강승찬 목사와 그가 섬기는 70명 교인이 21 목장을 가진 새생명 교회! 마치 초대교회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 교회 하나 때문에 지금 호주에는 40개의 교회가 가정교회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한 교회가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교회가 힘을 합쳐도 어려운 평신도 세미나, 목회자 세미나, 목자 컨퍼런스, 목회자 컨퍼런스를 모두 해 내었습니다. 정체성과 방향 사명이 분명한 한 사람과 한 교회가 얼마나 많은 일을 의미 있는 해 낼 수 있는지를 보았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리조트는 이랜드 소유입니다. 그런데 이랜드라는 기업 역시 결국은 위 세 가지가 분명한 한 사람, 그리고 그와 함께 한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2. 부르심에 순종하는 섬김의 인생이 끝까지 아름다움을 배웠습니다.
이번 호주 목자 컨퍼런스는 휴스턴과 어스틴에서 온 평신도 리더들의 순종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외부 목사 강사는 저 한명이었고, 나머지는 6명은 모두가 가정과 생업이 있는 그렇지만 하나님께서 부르실 때 자신의 생업과 가정을 희생하고 자신의 물질로 비행기표를 끊어서 20시간 넘게 달려와서 섬긴 목자, 목녀님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소위 평신도지만 누가 뭐래도 목사처럼 살아가는 청지기들입니다.
지면상 그들이 제게 보여준 감동과 희생을 모두 나누지 못하지만, 사실 우리가 이미 아는 것처럼, 휴스턴 서울교회는 몇 년 전, 담임목사직의 세대교체가 있었습니다. 이럴 경우 보통 전임목사와 함께 교회를 세웠던 분들은 이젠 조금 쉬고 싶고 의도하지 않아도 교회에 부담을 주기가 쉽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 함께 한 성승현, 이재동, 진정섭 집사(장로교회의 장로에 해당), 그리고 곽인순 목자, 유윤철 목자, 그리고 어스틴에서 온 이자필 목녀! 그들은 정말 세월이 지날수록 더 예수님의 진한 향기를 내는 분들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그 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믿음은 더 신선해지고 사역은 더 농익어가며 더 겸손한 분들이었습니다.
이번에 저는 결심했습니다. 지난 10년 제 자신을 괜찮은(?) 목사 만들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면, 앞으로 여기에 더해 우리교회 목자목녀(부)님들을 저 분들처럼 성공시켜주어야겠다고 말입니다. 각오하시기 바랍니다. ^^; 주일 날 자연스러운 감사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도령의 의리와 성춘향의 정절의 도시 남원에서 박목사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