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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저는 흔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것을 선호하는 좌뇌형이지만, 직관과 창의성이 활발한 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숫자에 대해 민감도 하지만, 숫자가 주는 의미에 더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지난 10년을 달려왔지만 어떤 일이 몇 년도에 있었는지는 잘 모릅니다. 단지 20041224일 부임했다는 기억 이외에는 숫자 보다는 사역의 의미가 더 많이 남아 있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작년 2014년 연말은 워낙 큰 의미 때문에 숫자도 정확하게 기억할 듯 합니다. 대부분 알고 계시듯이 담임목사 10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면서 20141221일 주일부터 10일 금식을 시작했습니다. 금식을 자주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 번의 기억을 더듬어 볼 때, 이번 만큼 어려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고통에 가까운 금식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금식의 유익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제게 이 번 금식은 인간이 얼마나 죄 많고 연약하고 불쌍한 인생인가 하는 사실을 눈으로 보고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단지 시작은 더 교회다운교회가 되기 위한 금식이었지만, 하나님께서 금식 내내 제게 가르친 것은 용서와 회개와 화해였습니다. 문득 이것이 없이는 어쩌면 신앙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금식 9일 째 제 육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 계획은 117일 동생부부를 저희 집에 초대하고, 한번 찾아뵐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하나님의 생각은 다르셨던 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살아계실 때 뵈었으면 진정한 용서가 어렵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10일째 아침, 금식을 마무리하고 장례식장으로 식구들과 함께 갔습니다. 해가 바뀌기 전에 48, 짧게는 21년의 결별을 통한 반쪽 짜리 용서가 아닌 모든 것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습니다. 또한 오랜 시간 죄도 없이 삼촌이라는 이유로 자식보다 더 희생당했던 제 사촌들, 오촌 아저씨들과도 화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제 동생과 아버지와 힘든 인생을 사신 아주머니도 용서하고 위로할 수 있었습니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인생이란 참 짧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버지가 제게 준 긴 고통의 시간이 참 길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돌아보니 그것은 잠깐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게 준 것이 없는 양반이라고 생각했는데, 세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힘든 금식 12시간 짧게 마치게 해 준 것^^;, 친지들과 용서와 화해, 무엇보다 아버지 덕분에 사람을 너무 의지하거나 사람을 너무 높게 보지 않는 인생관을 가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적다보니 또 있네요^^; 사실 아버지는 제가 신학공부를 시작할 질문을 준 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참 슬픈 선물이긴 하지만, 오래 동안 누군가 물으면 말하고 싶었던 담백한 한 마디

아버지 뭐하시노?” “돌아가셨습니다^^;”

 

추신: 장례 가운데 다양한 방식으로 위로를 보내 주신 우리 교우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알리지 못하고 간 부분에 대해서는 널리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 특별새벽기도회가 있습니다. 함께 기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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