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이동국, 차두리, 손흥민선수를 생각하며
아침에 일어나 인터넷을 여니, 어제 밤 한국 대표팀과 베네수엘라팀간의 축구경기 이야기가 도배를 하고 있습니다. 결과는 3:1 역전승입니다. 지난 월드컵을 잊게 하고, 새로운 희망을 주는 경기입니다. 삶도 이렇겠지요? 절망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또 다시 시작해야 하겠지요!
어제 주인공은 단연 국제 경기 100번째 게임에 참여하여 소위 센추리 클럽에 가입한 이동국 선수 일 것입니다. 현재까지 이 클럽에 가입한 한국선수는 이동국 선수까지 9명이 전부일 정도로 축구선수에게는 영광입니다. 게다가 역전골과 쇄기골을 넣었으니 그에게는 아마 오래 동안 기억에 남는 경기일 것입니다.
그는 1998년 5월 16일 자메이카와의 평가전에서 '태극호'에 처음 승선한 이 후 한국 축구계의 유망주 였습니다. 특히 1998년 차범근 감독이 이끈 프랑스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히딩크 감독이 이끈 네덜란드와의 2차전에서 0-5 참패를 당하고, 대회 중 감독이 사퇴 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이후, 그는 한국 축구의 구세주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모를 일이 인생입니다. 그 혜성은 아이러니 하게도 한국 축구의 진짜 구세주였던 히딩크 눈에 들지 못해 ‘2002년 바로 그 월드컵’ 때부터 비운의 스타로 불렀습니다. 2006년에는 부상으로 나가지 못했고, 지난 2014년 월드컵에서는 본선까지 가는데 누구보다도 공을 세웠지만, 결국 또 홍명보 감독 눈에 들지 못해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불행한 사나이가 축구계에서 또 있을까요? 라이언 킹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가 말입니다.
그런 그가 어제 국가 대표로 축구계에 등장 한 이후 16년 3개월 만에 스타가 아닌 감동으로 우리에게 다가 온 것입니다. 월드컵 무대가 아니어도 때로는 월드컵 보다 멋진 축구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니 그런 축구인생을 만든 것은 축구 뒤에 숨겨진 삶이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왠만한 사람 같으면 저 정도의 실패나 불운이 연속되면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포기할 것 같은데, 그는 잘 놀게 생긴 얼굴과는 달리 참 ‘착하고 성실하게’ 인생을 살아온 사람 같습니다. ‘착하고 충성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살면 살수록 깨닫습니다.(마25장)
가정을 이루고, 네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고, 최근에는 아내가 다섯 번 째 아이를 임신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더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우리 나이로 36살이면 운동선수로는 원로에 가까운데도, 그는 국내 리그에서 축구를 즐기면서 스타가 아닌 축구 직업인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입니다. 16년 3개월째 말입니다. 일반 직장에서도 한 직장에서 16년 가기가 어려운데 놀라운 일입니다.
이런 이동국 선수를 마치 16년 전의 이동국 선수처럼 혜성처럼 등장 중에 있는 22살의 손흥민 선수가 존경을 담아, 이동국 선수의 축구화를 닦아주는 세리머니를 해주었습니다. 그 장면은 마치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지금은 손흥민 선수가 나이는 적지만 실력으로나 유명세로는 큰 자이니, 그 배포와 겸손이 부럽습니다. 참으로 멋진 청년입니다. 그리고 또한 그 모습은 15-6년 전, 제 아들의 풀린 축구화 끈을 똑 같은 자세로 묶어주었던 캐나다 시골 동네 무명의 코치와 아들의 모습도 생각나게도 합니다. 나이 말이 나왔으 한말씀 드리자면, 나이? 그거 참 우스운 거라는 생각 다시 한번 하게 합니다. 우리 적어도 나이 가지고 변명이나 주름잡지 말았으면 합니다. ^^;
그리고 그 옆에 또 한 사람 있었습니다. 공격수가 아니어서 빛나진 않지만, 같은 노장이면서 또 나름대로 아픔을 가진 차두리 선수가 있었습니다. 평생을 자신의 이름보다 그 아버지의 아들로 더 많이 불리며 살아오면서도 기죽지 않고, 어느 순간 자신만의 자리와 아버지가 가진 조금은 어색한 웃음보다 환하고 당당한 웃음을 가진 차두리 선수가 있습니다. 그를 보면 마치 은퇴 후에 더 멋진 인생을 살고 있는 지미 카터 대통령이 떠오릅니다. 그 역시 갈수록 더 잘 살 것 같습니다. 한 때는 가정적으로도 큰 아픔을 겪었지만,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참 아름다운 사람들이고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그런 면에서 아름다움은 타고난다기보다 만들어가는 것임에 분명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분명 형편과 상황은 너무나도 절망스럽다해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착하고 충성되게“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 봅시다. 이번 명절에도 믿든 믿지 않든 가족과 이웃에게 ’착하고 충성되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저와 여러분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 공동의회 역시 ‘착하고 충성되게’ 기도하고 준비하여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