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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지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모스크바 청소년 연합 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모스크바는 처음 방문이어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번 방문에서 느꼈던 몇 가지 생각을 지워지기 전에 사랑하는 다운 가족들과 나눕니다.

 

1.러시아와 수교가 된 것은 이제 20여년 정도 되지만, 실제로 이민 역사는 150여년이나 되어가는 우리나라와 연관이 많은 나라입니다. 흔히 고려인들로 불려지는 분들이 역사의 아픔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만난 고려인들과 최근 20여년 사이에 유학, 주재원이나 선교, 사업을 위해서 모스크바에서 살아가는 분들을 뵙고 있노라면, 마치 근세와 현대를 동시에 경험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 내지는 혼재는 이번 모스크바 방문 내내 제게 남는 인상입니다. 공산주의 체제의 분위기와 자유의 분위기의 공존, 민주적인 것과 독재적인 리더십의 공존 러시아 정교회와 개신교 선교사님들의 공존. 이 공존과 혼재가 아이러니 합니다.

 

2.러시아는 간단한 나라가 아닙니다. 유럽 역사에 버금가는 화려한 역사와 강한 왕권을 가진 나라였습니다. 유럽의 대제국이었던 독일, 프랑스와 전쟁을 해서 이길 정도의 나라입니다. 대제국이었습니다. 종교적으로도 앞서 말씀드렸지만, 로마 카톨릭과 쌍벽을 이룰 정도의 신학과 역사를 가진 나라입니다. 모스크바의 중심인 크레믈린 부근에 남아 있는 정교회 성당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거의 영화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3.크레믈린 광장에는 지금도 레닌의 미이라가 보관되어 있는 큰 석조 무덤이 있습니다. 방문객의 줄을 보고 있노라면, 그리고 방문객들이 시신 앞에서 보이는 경외감을 보고 있노라면, 무엇이 이 한 사람의 이념에 동의하여 대제국을 무너지게 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 중의 하나는 교회의 부패였습니다. 교회가 본질을 잃어버리고, 권력과 결탁하고, 단지 한쪽 편에만 서면(그것이 가난한 자든 부자든), 어느 순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러시아 역사는 보여 주고 있습니다. 당시 러시아 사람들은 워낙 교회가 부패하니까 오히려 공산주의야 말로 가장 성경의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믿게 된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이 교훈은 지금 한국교회가 가장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교훈입니다.

 

4.톨스토이 생가 및 무덤을 방문한 기억은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울림으로 남아있습니다. 톨스토이는 대부호였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신앙적 동기에서 그의 삶과 재산을 이웃들과 나누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습니다. 아마 당시 부자 그리스도인들이 톨스토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자발적 순종을 통해 나눔과 섬김의 삶을 실천했더라면 러시아의 역사를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소위 부르조아지만 공산주의자들에게서도 인정과 존경을 받는 역사적 인물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사족이지만, 이번 여행에서 저는 두 사람을 가슴에 품고 돌아갑니다. 자발적 순종의 삶을 산 톨스토이와 비행기 안 영화를 통해 만난 넬슨 만델라입니다. 두 사람의 삶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과 제가 있어야 할 자리를 봅니다.

 

5.이번 집회에 참여한 모스크바 청소년들과 청년들, 그리고 그 땅에서 믿음으로 살아가는 선교사님들과 한인 크리스천들이 생각납니다. 지면상 한마디만 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모이진 않았지만, 한 사람도 고개를 떨구지 않고 말씀에 집중한 청소년 집회는 제 생애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대통합예배에 좀 더 자주 말씀을 전해야 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6.마지막으로, 부족한 종을 사용해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코스타 집회는 강사료 없이 모든 경비를 강사가 부담해야 하는데, 순종할 수 있도록 재정을 결의해 준 당회에 감사하며(물론 칼럼을 통해 후원을 요청하기로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기도해 준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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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사님... 귀한 섬김에 감사를 드립니다. 목사님을 통해 주신 말씀들로 러시아에 있는 청년 청소년들이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먼길 마다하지 않으시고 말씀전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목사님 사역위에 하나님의 더욱 크신 은혜가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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