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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화요일 아침에 장로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장로님들이 의논하여 담임목사 전용 차량을 해주기로 결정을 했다는 것입니다. 성탄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지만, 요즘 유행하는 말로 진짜 당황했습니다. 몇 주 전, 설교 시간에 친구 목사의 차에 대한 이야기를 괜히 했구나 후회도 되고, 작년에도 거절했는데 올해도 거절하면 이젠 기회가 없겠지라는 우스운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진짜 제가 힘든 이유는 목회를 하면서 교회 안에 있는 많은 관례들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늘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관례라는 것이 항상 잘못되었거나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불편하거나 감당할 수 있다고 어떤 관례들을 쉽게 깨버리면, 자칫 본인은 존경받을지 몰라도 정말 그 관례의 혜택을 절대적으로 입어야 할 형편에 있는 목회자들은 정말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담임목사에게는 사택과 차량을 제공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또 어떤 목사님들은 사례를 정상화 시켜주고 이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례는 어느 정도가 되어야 정상화 되는 것일까요?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후자 쪽으로 가려고 노력을 했지만, 결국 완벽하게는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늘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목회자 개인의 형편이 다르고, 교회의 형편이 또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목회자와 교인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가 노력하고 가능한 많은 사람이 받아들이고 하나님 보시기에 교인들 보기에, 세상이 보기에 덕이 되는 길을 좀 더 찾는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결국, 이번에는 차량을 이용(?)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작년보다는 마음이 좀 편해졌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는 모두들 고생하는데 혼자 호강하는 것 같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회 승합차를 이용해보았는데, 제가 차량을 이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교회가 필요할 때 정작 12인승 차량이 담임목사 한 사람을 위해서 묶이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하겠구나 생각은 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목회자의 삶을 돌아보면, 개인적으로 차량을 이용하는 시간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담임목사라는 직무의 특성상 제가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교회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목회를 3D 직종으로 분류 하는가 봅니다. 그렇다면 이 차량은 담임목사의 직무를 더 잘 수행하라고 주는 일종의 업무용차로 알고 받기로 했습니다. 이 차가 누구차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또 은퇴하거나 사임하면 차는 목사님이 가져가냐고 묻는 전도사님에게 분명히 대답한 것처럼 교회차로 알고 반납할 때까지 잘 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핑계 같지만, 우리 문화에서는 담임목사가 차가 없거나 작은 차를 타면, 장로님들이나 다른 교역자들이 조금 불편한가 봅니다. 아직 완전히 동의는 안 되지만 이번에 조금 느꼈습니다. 사실 제일 많이 미안한 사람들은 같이 고생하는데 저 혼자 좋은 차타서 미안한 우리 교역자들이고, 그 다음에 차를 사지도 않는데 늘 좋은 중고차 나오면 신경 쓰는 안창렬 선생님과 보험 하는 우리교회 집사님들 이었습니다. ^^; 그래서 이번에 타야 할 이유를 찾다가 안 선생님께 떠넘겼습니다. 내년에 안 선생님 목자 헌신하는 조건(목장동의하에)으로 타겠다고...^^; 말도 안 되는 핑계입니다.

 

사랑하는 다운 가족 여러분!

차 한 대 두고도 자기 돈으로 사지도 못하고, 주는 차 시원하게 타지도 못하는 목사의 변명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이제 핑계 거리를 찾았으니 기분 좋은 성탄선물로 알고, 목회를 위해서 때로는 가족을 위해서 잘 타겠습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추신: 저도 여러분들에게 선물하나 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주님을 위해서 주님의 교회를 위해서 헌신할 기회를 드리고자 합니다. 이것은 아무나 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제 이번 주부터 3주 동안 사역박람회가 열립니다. 사역에 참여할 기회를 선물로 드립니다. ^^;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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