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검소’한 교회가 되길 소망합니다.
교회의 재정이 가장 많이 집행되는 기간인 여름사역을 앞두고 마음에 쓰고 싶은 글이 있었는데, 마땅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서 힘들었습니다. 핵심은 ‘교회 물건을 아껴 쓰자’ ‘사역을 할 때 절약하자’는 내용인데, 힘들었던 이유는 이런 제 칼럼을 보고 너무 지나치게 적용하여 주위사람들에게 무리한 요구로 힘들게 하실 분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찾아낸 말이 “검소”라는 단어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낭비하거나 사치하지도 그렇다고 궁색하지도 않는 수수함’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부분입니다.
몇 년 전, 좋은 멘토를 둔 덕분에 이랜드 본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솔직히 건물이 초라하다고 느꼈습니다. 4층에 있는 사목님 방을 둘러 볼 기회를 가졌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엘리베이터가 없는 것이 아니고, 이 회사는 손님을 제외하고는 엘리베이터를 사용 할 수 없게 되어 있어서 엘리베이터는 손님이 방문하는 3층까지만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초라하다고 느꼈던 건물도 3층까지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고, 4층서부터는 우리나라 중견기업의 본사 건물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건물청소도 용역회사가 하지 않고 직원들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물어보았습니다. 이렇게 자린고비처럼 운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랬더니 목사님의 설명이 기업이 내야 하는 세금을 피해가지 않고 규정대로 내면서, 이윤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서는 이런 곳에서 씀씀이를 아끼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쓰고 남는 것으로 남을 돕는 것이 아니고 남을 돕기 위해서 나의 삶을 줄이는 크리스천의 삶을 기업이 실천하고 있는 것이 놀라왔습니다.
저는 우리교회도 이런 정신 위에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주님의 소원이자 교회가 존재하는 목적인 영혼구원해서 제자를 삼는 사역에 물질을 쓰고, 자녀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지역을 조금이라도 돌아보기 위해서는 결국 한정된 헌금 안에서 우리 자신들을 위한 씀씀이에서 아끼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한 사람의 노력으로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가 같은 스피릿을 가지고 협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질서를 따라서 해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연수나 여름 사역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아껴보려는 우리 교역자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교회 물건을 살 때 혹시 중복하여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고, 사야한다면 가격을 비교해 보면서 사는 분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쓴 물건을 제자리나 꼭 있어야 할 자리에 두려고 하는 분들 역시 재정을 아끼는 첫걸음을 보여주시는 분들입니다.
그럼에도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절약을 해도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는 경우는 무조건 절약하면 좋지만, 예배 전후에 사역부장은 생각을 가지고 에어컨을 켜두었는데, 누군가 무조건 절약하자는 생각으로 꺼버린다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것입니다.(이럴 땐 먼저 사역부장에게 정중한 제안을 부탁드립니다. 부장들도 애매한 것은 신목사님이나 저에게 문의를 부탁드립니다) 아껴야 할 곳에는 아껴야 하지만 쓸 곳에는 쓸 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하고 그것을 이끌어 가는 각 사역리더들의 사역에 대한 예민함과 설득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 글을 쓰는 가장 우선된 목적은 가시적인 효과보다 이 교회의 정신을 공감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이런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개인의 경제생활도 검소함이 필요합니다. 사실 우리가 생활에 쪼들리면서 사는 이유는, 대부분 내가 버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씀씀이를 가지고 살기 때문일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버는 수준보다 더 좋은 집에서 살고, 버는 수준보다 더 좋은 차를 소유하고, 버는 수준보다 더 높은 좋은 물건을 사서 쓰기 때문에 우리는 늘 쪼들리면서 살게 됩니다. 크리스천은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봉사를 위해서 나에게 맡겨 주신 것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베드로전서 4:10) 씀씀이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여, 적어도 하나님께 드릴 십일조와 이웃을 위해 베풀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살아야겠습니다. 검소한 교회, 검소한 교인 그러나 하나님과 이웃을 위해서는 풍성한 교회와 교인! 주님의 뜻이고 다운가족의 정체성이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