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의 시간을 위해서 제가 하는 한두가지 사역을 내려놓으면 어떤가 하는 요지로 적힌, 저를 위한 진심어린 배려와 권유의 글을 받았었습니다. 그분에게 보낸 답글을 다른 집사님들과 나눌겸 집사방에 올렸는데, 나눔터로 옮기라는 최목사님의 간곡한 부탁에 (?) 순종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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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적으신 내용들이 제가 가끔 고민하는 내용이기도 해서 제게 생소한 내용들은 아닙니다. 교회 사역을 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이 희생되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남들이 할 수 있는 사역들을 내가 한다고 붙들고만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을 가끔합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보통 같은 답을 얻습니다. 이 글은 그 답들을 나누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선 가족들 특히 저희 아이들과 시간을 같이 보낼 기회가 줄어드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역들로 인해서 아이들의 학교 활동이나 방과 활동에 함께 하지 못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부분에 대해서는 좀 아쉬워 하는 면이 있습니다.
오늘 저녁식사를 하면서 아이들보고 물어보았습니다. 아빠가 사역 한두가지를 그만두면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을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했더니, 그렇게 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이 오고, 그다음에는 그렇게 하는것이 좋은 본이 되겠냐는 말을 합니다. 아빠가 함께 해 주지 못해서 섭섭한 면이 없지 않았냐라고 물으니까 그런적이 있지만 그렇게 많이 섭섭한것은 아니라고 하고, 또 사역들을 그만두면 뭐 할건데라는 질문을 합니다. 나름대로 자기들의 필요를 채워주면서 지내왔다고 하는것 같고 또 꼭 필요로 할때는 같이 있어 주었다는 말을 합니다. 주말에 시간 같이 보내주고 방학때 여행다닌것으로 만회를 많이 한것 같습니다. 결론은 지금처럼 지내는것에 자신들은 별로 불만이 없다고 합니다.
아마도 몇년 이렇게 지냈더니 익숙해져서 그런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로는 애들에게 이런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면도 있는것 같습니다. 저희 애들은 아주 어릴때부터 제가 목자를 해서 그런지 아빠가 목자, 집사로 사역하는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한 궁극적인 답을 마태6:33 에서 찾습니다. 제가 영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중의 하나가 큰애가 태어난 다음에 그애를 좀 더 잘 키우기 위한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한것입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을 믿고 신앙 생활을 하면서 제게 가장 큰 도전을 주는 말씀이 바로 마태6:33 입니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면 모든것을 더하여 주시겠다는 그 약속의 말씀은 신앙 생활을 해가면서 가장 도전이 되는 말씀이기도 하지만 저희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그 약속이 성취가 되고 있음을 가장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말씀입니다. 수없이 간증을 하지만 저희 아이들은 저와 제 아내가 키울 수 있는 정도보다 더 잘 자라오고 있습니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 보아야 진 면목을 보겠지만 지금까지 자라온 모습만을 보면, 적어도 제게는 하나님의 은혜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이쁜 모습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느끼기 때문에 제가 사역을 더 하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하나님의 일을 하면 하나님은 제가 해야 할 일들을 저보다 더 잘 해주셔서 우리 아이들을 이쁘게 키워 주실것이라는 얄팍한 계산이 제게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시간을 더 많이 같이 보내지 못해도 하나님께서 짧은 시간도 잘 사용해 주셔서 아이들이 그리 큰 불만이 없이 지금까지 자라온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두번째 질문 또한 제가 많이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제가 지금하고 있는 사역들 모두가 제가 하지 않으면 다른 분들이 맡아서 더 잘 할 수 있는 사역들입니다. 당장 얼마간은 공백이 느껴질 지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제가 좀 섭섭하겠지요), 시간이 얼마 지나면 다른 분들이 다 할 수 있는 사역들입니다. 제가 굳이 사역을 내려놓는다고 가정을 했을때 우선순위로 생각했던 것이 목자> 초원지기>새로운삶 강의>집사 의 순이었습니다. 이건 저를 대신할 사람을 찾기 쉬운 순서라고 보면 맞을것 같고 제가 내려놓기에 부담이나 아쉬움이 적은 순서이기도 합니다.
대신할 사람들을 찾는것이 어려운것이 아닌데 왜 다 잡고 있느냐? 너무 사역에 욕심을 내는것 아니냐? 생활의 밸런스가 있어야 하는것 아니냐 라는 고민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그 고민의 가장 기본에 있는 두려움이 예전에 제가 예수 안 믿던 시절에 교회에 미쳐 지내던 사람들을 이상하게 보고 멀리하던 그 시각입니다. 저는 이제 이렇게 지내는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안 믿는 사람들은 저를 보고 교회에 너무 빠져있다고 생각할테고 그러면 제가 안 믿는 사람에게 다가 가는것이 더 어렵게 되는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제게 있습니다. 사실 그런 측면이 있다고 느끼는 경우를 종종 당합니다. 그리고 사역들이 많아지면서 제가 하는 사역들 하나 하나에 제가 원하는 만큼의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데서 오는 심적 부담이 제게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목장 식구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챙겨주는 데에 소홀하다는 부담이고 그런 과정의 결과로 목장에서 맺는 결실이 줄어들고 있다는 나름대로의 부담이 있습니다. 사실 사역을 한두가지 내려놓을까 고민을 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너무 벌려 놓아서 한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것이 아닌가 특히 목장이 그런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 많습니다.
그런데 왜 한가지도 내려놓지 않고 다 한다고 하는가? 몇가지 이유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내려놓는다고 하는것이 제 능력을 너무 의지하는듯해서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사역들을 맡기시면 할 수 있는 능력과 환경도 주실것 같은데 제가 너무 제게 시선을 집중시키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두번째 이유는 여러 사역들이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사역이라고 생각을 해서 시작을 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셨으면 하나님께서 그만두라고 하시기 까지는 계속하는것이 종된 의무가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세번째 이유는 하나님 앞에 갔을때 이야기 거리를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여러가지 하다보면 하나님 앞에 갔을때 그리 죄송하지는 않을것 같고 어색하지도 않을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께서 제게 주실 칭찬을 바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신 달란트를 잘 관리하고 또 더 받은 종 처럼 저도 그렇게 되고 싶은 바램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