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살다보면 무관 한 듯 하지만 “역사”는 중요합니다. 역사는 바로 뿌리이고 정체성이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귀하게 여기는 민족이나 공동체 심지어 가문은 건강하게 살아남지만 아무리 부흥하는 듯 해도 역사를 소홀히 하는 민족이나 개인은 그 부흥이 한낱 한때의 바람과 같음을 배웁니다.

따라서 설령 오늘 우리의 삶이 범부의 삶이라 할지라도 그것 또한 역사입니다. 부끄럽게 살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언제 다운공동체에 오셨든지 간에 지나 온 다운교회 역사를 잘 이해하고 그 위에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교회를 계속해서 갱신해 가기를 부탁드립니다. 이것에 대한 동의가 없다면 그 사람은 누구든지 간에 다운교회 교인이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는 2월 6일은 공식적으로 다운공동체교회(구, 다운교회)가 설립 된지 2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러나 실제 첫 예배를 드린 날은 1989년 11월 12일입니다. 당시 예배는 무거1동(현삼호동) 1212-6번지에서 한기성전도사와 윤충걸 집사 두 가정이 가칭 두레교회라는 이름으로 첫 예배를 드렸습니다. 약 석 달 정도 가정예배로 드리다가 이듬해 1990년 2월 6일 노회에 교회 설립허가를 받고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20주년을 맞이하여 개척정신을 다시 한번 다잡고 앞으로 20년을 “영혼 구원하여 제자삼아 세상을 변화시키고 세대를 통합시키는 생명의 공동체”를 세워 가는데 한 맘이 되어주기를 부탁합니다.

먼저, 다운교회 개척목적은 당시 교회 이름에 이미 잘 나타나 있다고 봅니다. 다운동이라는 동네가 있어서 ‘다운’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경우 혼란스러움을 알았을 듯 한데도 굳이 이 이름을 사용한 이유는 아마도 개척멤버들 간에 ‘교회다운 교회’에 대한 갈망에서 시작된 것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것은 또한 성경적인 교회 공동체에 대한 회복의 정신을 가지고 출발했다고 봅니다. 제가 부임하고 목회비전 가운데 “말씀을 통해 변화에 도전하는 교회” “끊임없이 개혁되는 교회”라고 정한 이유는 바로 이 교회다운 교회에 대한 정신을 염두에 둔 것임을 밝혀둡니다.

두 번째 교회 이름 안에는 “낮아짐”이 있습니다. 제가 전도사로 사역하던 시절, 교회 이름에 합당한 영어철자를 만들어 줄 것을 부탁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두 가지를 두고 제가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흔히 소리만을 따른 철자인 의미없는 “daun'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발음과 의미 모두를 살린 ’down'으로 한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다고 제가 후자를 건의하고 사용했습니다. 당시 이 문제에 대해 별관심이 없어서인지 그 때 이후로 영어식 교회 이름은 ‘down'이 되었습니다. 저는 참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성경적인 ’섬김‘의 정신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과 사람 앞에 낮아지는 교회’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리라”는 표어들은 바로 이 정신을 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정신은 신앙생활, 즉 교회 내에서뿐만 아니라 직장과 가정에서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교회에서 훈련된 이 자세가 직장에서 영향력으로 나타내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우리가 ’직장사역'에 대해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동체’성입니다. 물론 ‘공동체’라는 말이 교회 이름에 들어간 것은 2008년 1월부터입니다.(2008년 4월14일 제57회 남울산 노회 허락) 이유는 교회가 성장하면서 사람들이 교회의 위치를 다운동에서 찾는다는 단순한 이유에서입니다. 몇 가지 이름을 가지고 투표를 하고 결국 최종 선택된 것이 ‘다운공동체’입니다. 당시 저는 개인적으로 이 이름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이름 역시 개척정신을 잘 담고 있다고 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처음 개척모임을 할 때 가칭으로 사용하던 이름은 ‘두레교회’였습니다. 두레라는 말은 우리 조상들이 힘든 농사일을 나누어서 하기 위한 공동체적 노동풍습이자 조직이었습니다. 아마도 개척의 가장 순수한 밑바닥에 이런 공동체적인 갈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정교회와 세대통합은 바로 이런 공동체 정신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정신 위에서 기독교교육을 하기 위한 학교설립도 교회분립도 꿈꾸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이제 우리는 이 세 가지 정신을 잘 살려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앞으로 20년의 역사가 우리가 정한 표어처럼 “Amazing 20"년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경험한 교회에 대한 그림을 너무 강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제 한국교회도 교회에 비전에 따라 선택할 때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우리교회는 서리집사 이상의 기존교인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일은 점점 줄어들겠지만 다운교회를 선택한 이상 과거의 경험은 뒤로 하고 다운교회가 세운 비전과 원칙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온전하게 이룰지 함께 고민하면서 희생해주기를 부탁드립니다.

분명히 밝히지만 결코 지금 우리는 모든 것이 비전과 원칙 앞에서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모인 것이비다. 우리가 모인 이유는 이 정신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루기 위해서 달려가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안에서 마치 객처럼 재판관처럼 이 교회를 평가할 사람은 필요 없습니다. 그 몫은 제 3자와 역사에 맡겨야 합니다. 부디 20년 동안 함께 할 하나님의 사람이 되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