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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돌이켜보면, 학창시절 제 삶의 가난과 나름대로의 암담함 속에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해준 것이 단지 신앙만이 아니었음을 알게 됩니다. 신앙이 없어도 된다는 말이 아니라, 신앙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것을 좋게 보는 긍정적인 눈을 가졌음이 틀림없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국어 교과서에서 만난 “김소운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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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가난한 신혼 부부(新婚夫婦)였다. 보통(普通)의 경우(境遇)라면, 남편이 직장(職場)으로 나가고 아내는 집에서 살림을 하겠지만, 그들은 반대(反對)였다. 남편은 실직(失職)으로 집 안에 있고, 아내는 집에서 가까운 어느 회사(會社)에 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쌀이 떨어져서 아내는 아침을 굶고 출근(出勤)했다. 

"어떻게든지 변통을 해서 점심을 지어 놓을 테니, 그때까지만 참으오."


출근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마침내 점심 시간이 되어서 아내가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은 보이지 않고, 방안에는 신문지로 덮인 밥상이 놓여 있었다. 아내는 조용히 신문지를 걷었다.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간장 한 종지……. 쌀은 어떻게 구했지만, 찬까지는 마련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내는 수저를 들려고 하다가 문득 상위에 놓인 쪽지를 보았다.


"왕후(王侯)의 밥, 걸인(乞人)의 찬……. 이걸로 우선 시장기만 속여 두오."


낯익은 남편의 글씨였다. 순간(瞬間), 아내는 눈물이 핑 돌았다. 왕후가 된 것보다도 행복(幸福)했다. 만금(萬金)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행복감(幸福感)에 가슴이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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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주간이 시작됩니다. 고난 주간을 가장 잘 보내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필리핀 사람들처럼 실제로 십자가형을 재현해 보는 것일까. 일주일 내내 금식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이 없으니 늘 하던 대로 살 것인가? 모두 아닐 것입니다.


구체적인 몇 가지를 제안해 봅니다. 고난 주간 전가족 새벽기도회에 참여해서 말씀과 기도 가운데 십자가의 주님을 묵상하길 부탁합니다. 오늘 우리시대의 금식보다 어려운 미디어와 같은 문명의 이기들로부터 잠시 떠나서 주님을 묵상하길 바랍니다. 외식을 취소하거나 어쩔 수 없는 식사 약속에는 그야 말로 황후의 교제, 걸인의 식단 정도로만 가지면 어떨까요? 참여하고 순종하는 가운데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쏟으신 그 보혈의 사랑이 여러분들에게 온전히 흘러넘치길 기도합니다. 

추신: 고난주간이 아니더라도 청지기적인 삶의 차원에서 다운교우들의 식사가 있는 만남에는 "황후의 교제, 걸인의 식단!" 이 기본 정신이길 소망해 봅니다. 그렇다고 항상 너무 짜게(?) 사시라는 말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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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있는 것만으로 감사해지는 주간입니다. 주님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주간으로 묵상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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