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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어린 시절, 적어도 목사가 되기 전까지는 교회절기가 돌아오는 것은 분명 기쁨이었습니다. 부활절은 당시만 해도 먹기 힘든 하얀 떡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고, 추수감사절은 풍성한 과일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성탄절은 뭐니 뭐니 해도 새벽송을 돌면서 받아온 다양한 과자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런 기쁨 때문에 교회 전도사님이나 선생님이 시키시는 율동이나 특별한 순서에 대한 부담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냉정한(?) 법을 교회 공동체를 통해 배워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청소년시절에는 얻어먹는 것보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보상되고도 남았습니다. 특히, 이성친구들과 찬양이나 연극을 함께할 때의 그 가슴 떨림의 순수는 이젠 추억입니다.


그런데, 어느 듯, 전도사가 되고 목사가 되면서부터 교회절기는 더 이상 기쁨이라기보다 고역일 때가 많았습니다. 내가 어릴 때는 몰랐지만, 우리가 그렇게 기뻐할 수 있도록 뒤에서 밤을 새우면서 고민하고 준비했을 사역자와 교사들이 보였습니다. 이제 그 짐을 제가 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한 교회를 책임지는 담임목사가 되면서 그야말로 절기는 고통 그자체입니다. 고난 주간은 예수님의 고난 이전에 설교준비 자체가 고난입니다. 특히, 매 절기 때마다 준비해야하는 절기설교는 본문을 따라 설교하기를 좋아하는 저에게 고문입니다. 이번 고난주간과 부활절도 그랬습니다. 그냥 지난주에 이어 창세기를 설교하겠다고 큰 소리쳤지만 결국 못했습니다. 기도 중에 그 의도가 주님 앞에서 들통 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회개하고 부활절 관련 본문을 붙잡았습니다.  


그 때 주님께서 주신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모든 절기의 정신이 무엇인가? 모든 절기 준비는 무엇에 집중되어야 할 것인가? 사람인가? 하나님인가?” 결론은 “하나님을 기쁘시게”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우리를 사랑하셔서 여러 가지 절기로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신 그 사랑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그 분을 기쁘시게 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절기를 지키는 좋은 태도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 그 집중에서 나오는 모든 반응이 가장 아름답고 의미 있는 절기 예배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득, 지난 고난 주간 돌아보니 모이는 숫자에 집착하지 않고 말씀에 집중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목요일 세족식은 단지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라 사랑만큼이나 갈등관계에 있을 수 있는 사람들끼리 섬길 수 있어서 눈물나도록 감사했습니다. 마치 억지로 십자가를 진 시몬처럼 말입니다. 토요일 새벽은 노는 토요일이 아니었음에도 피곤한 자녀들을 깨우고 나와 말씀 앞에서 부활을 소망하며 예배드리는 모습이 감사했습니다. 이 모든 일이 사람은 부담되어도 하나님은 기쁘하실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몇 시간 있지 않으면 부활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뻐할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 뒤에서 수고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와 같은 부담에 빠지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생각합시다. 오직 하나님만을 기쁘시게! 연합예배도, 성찬식도, 거리만찬도 그리고 목장별 찬양도! 사람이 아니라 오직 한분!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다는 맘으로 하다보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기쁘게 해 주실 줄 확신합니다.

이미 여러 모양으로 하나님만을 바라보시고 교회를 사랑하시는 여러분들을 주님이 흘리신 눈물로 사랑합니다! 더 잘 섬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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