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은혜의 구걸
화요일 낮에 시민교회 가정 부흥회에 아내와 함께 갔습니다. 그렇지만 분명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다 하나님의 교회지만 그래도 지상의 교회는 내가 다니는 교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목사의 자존심이라는 것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제 생각에 특별히 순서에 초청받지 않는 한 목사가 그것도 바로 코앞의 교회에 부흥회를 가는 경우는 참 힘들지 싶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도착하고 보니 쑥스러움은 생각보다 더 했습니다. 낮이라 대부분이 여자성도들이었고 분명 우리 교인의 두 서너 배가 왔음에도 그 교회 공간에 비하여 절반 정도밖에 차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금방 그 교회 담임목사님 눈에 띄고 말았습니다. 또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저를 알아보는 분은 그날따라 왜 그렇게 많은지. 여하튼 애들 말로 “쪽”팔렸습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모든 말씀을 마치고 마지막 찬양을 하고 축도를 하기 전, 존경하는 시민교회 이 목사님께서 축도를 다운교회 박종국 목사가 해 주겠다고 광고를 했습니다. 그 순간 목사님의 엄청난 배려에도 불구하고 저는 참 쪽팔렸습니다. 마치 은혜를 몰래 구걸하러 왔다가 들킨 사람 심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수백 명 앞에서 축도를 했는데 축도 하는 중에 두 가지 생각이 지나 갔습니다. 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이 사람들이 나를 생각하기를 정신 나간 목사라고 생각할 거야, 어떻게 이 대낮에 목사가 자기 교회는 두고 남의 교회 와서 말씀을 듣고 앉아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또 다른 하나는 그 정신없는 중에도 시민교회 마이크와 음향 시스템 너무 좋다는 황당한 생각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축도하고 마치고 나오는데 하나님이 주신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마태복음 15장 21절 이하에 나오는 가나안의 귀신 들린 여자가 주님께 부르짖은 말씀입니다. 주님께서 도와달라는 가나안 여자에게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고 말씀하시자 그 여자가 “주여 옳소이다마는 개들도 제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하니”라고 대답합니다.
그 날 제 심정이 한편에서는 부담스러웠지만 한편에서는 그 여인의 심정과 비슷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날 강사로 오신 이문식 목사님의 말씀이 너무나도 귀했습니다. 저 혼자만 듣기엔 아까운 말씀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날 저녁, 그리고 그 다음날인 수요일 낮, 밤까지 여자 성장반 훈련생들을 데리고 집회에 갔습니다. 숫자가 많았기 때문에 우리가 온 것이 더 잘 드러났고, 심지어 수요일 저녁에는 도대체 저 교회는 수요일 밤에도 담임 목사가 교회를 비울 수 있는가라는 교인들의 의심의 눈초리(?)를 느꼈지만 씩씩하게 갔습니다.
왜냐하면, 은혜만 받을 수 있다면, 구원의 감격을 우리가 누릴 수만 있다면, 그래서 우리 교회도 그 교회처럼 성숙하고 건강해 지고 교우들이 구원의 감격을 누리는 삶을 살수 있다면 제 개인적인 체면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번 집회가 분명 시민교회 집회지만, 그 부스러기는 분명 우리를 위해 준비했을 것이라는 믿음도 생겼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저는 이번을 기회로 앞으로도 우리 교우들이 은혜 받고 건강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다면 가나안 여인처럼 구걸을 하더라도 가나안의 귀신들린 여자처럼 주님께 나아갈 것을 다짐해 봅니다. 우리 삶에 하나님의 은혜보다 귀한 것이 없고 더 우선되는 것이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나안의 여인과 같은 심정으로 주님께 나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눈물로 기도하며 소망합니다.
목사님! 힘은없지만 기도로 힘이되어 드리겠습니다 목사님화이팅!
잘 듣고 왔어요 짧은 요지 긴~설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