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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누가복음 15장 11절부터 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로 “돌아온 탕자”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아버지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둘째가 아버지의 유산을 일찍 받아 세상으로 나갔다가 다 탕진하고 거지처럼 살다가 차라리 아버지 집의 품군으로라도 살 심정으로 돌아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너무 기쁜 나머지 이 둘째 아들을 위해 잔치를 베푸는 이야기입니다. 죄인 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인 줄 믿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버지와 함께 지금까지 잘 살아온 맏아들입니다. 그는 동생이 없을 때도 열심히 아버지를 도와 일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재산을 탕진하고 돌아온 동생을 위해 송아지까지 잡아 잔치를 베푸는 것을 볼 때는 속이 상했습니다. 물론 그도 동생이 돌아온 것이 기뻤을 것입니다. 문제는 왠지 자신이 손해 봤다는 느낌일 것입니다.

그때 아버지가 뭐라고 말합니까? “이 네 동생은 죽었다가 살았으며 내가 잃었다가 얻었기로 우리가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니라”(눅15:32) 아마 맏아들도 충분히 이 말의 뜻을 알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입니다. 마음으로는 동의가 되는데 몸이 따르지 않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인지 누가복음 15장은 33절이 없습니다. 아버지의 말로만 끝이 나고 그 뒤 맏아들의 반응이 없습니다. 우연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성경을 가만히 보면, 예수님을 처음 믿었거나 병이 나은 사람들, 귀신으로부터 해방된 사람들, 다시 말해 예수 그리스도 밖에 살다가 극적으로 예수님을 만나거나 음성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즉각적이라는 사실입니다. 반대로 복음이나 율법 안에 있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반응이 느리거나 특단의 조치가 있을 때까지 순종하지 않는 것을 봅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본문 역시 아들이 아버지의 말을 들었다고 바로 같이 기뻐했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그 만큼 말씀을 듣고 행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교회 공동체를 들여다봐도 마찬가집니다. 교회는 탕자 때문에 어려워지지 않습니다. 대부분 맏아들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 한국 교회는 탕자보다는 이미 구원의 은혜를 아는 맏아들이 더 많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탕자였을 때 주님이 우리를 만나주신 감격도 잊지 말아야겠지만 맏아들이 누려야할 은혜와 책임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맏아들의 축복은 여전히 말씀에 대한 감동과 순종인 줄 믿습니다.

저는 추석명절 이후 많은 아픔과 오해 속에서 보냈습니다. 사랑하는 제자의 주례를 취소한 것이 그랬고, 교회의 성장에서 오는 설명할 수 없는 오해가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감사한 일은 그 이해 당사자들이 모두 맏아들이었음에도 33절의 주인공이 되어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인륜지대사인 결혼을 앞두고 부탁한 주례였지만 자신이 존경하는 선생의 목회적 원칙 때문에 오는 피해를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잘 이해해서 더 나은 방향을 찾았고 본의 아니게 오해의 원인을 제공한 분은 눈물로써 저를 찾아와 사과해 주었습니다. 목회자로서 성경의 맏아들보다 빨리 반응하는 분들을 본 것 같아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마땅한 일은 마땅히 해 냄으로 하나님의 기쁨이 되는 맏아들이 많아지는 다운교회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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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사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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