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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장년 자유게시판

수련회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


                                                         


                                                           신근욱 목사(싱글장년 전문사역자)


 


 


지금은 초등학교로 불리는 국민학교 4학년때 일입니다. 대개 그시절엔 한 반 정원이 거의 60에서 70명에 육박했습니다. 그래서인지 1학년에서 3학년까지는 요즘과 좀 다른 운영 시스템이 있었는데, 바로 오전/오후반제도가 그것입니다. 오후반이라는 복받은(?) 주간에는 실컷 자고 놀다가 오후에 학교를 가곤 했습니다. 아마 애들은 많고 교실수나 제반 여건이 부족했기에 그랬나봅니다. 요즘에야 방과후 교실이나 학원들로 줄줄이 이어진다지만, 같은 교실을 이렇게 나눠서 쓰던 때에도 낭만이 있었습니다. 간혹 헛갈려서 지각이나 결석자도 나왔고, 심지어 학교간다고 하고선 오락실이나 놀이터에서 끌려온 아이들도 많았지만 말입니다. 그 즈음 양철도시락을 손수건으로 곱게 싸서 학교가는 누이들이 얼마나 부럽던지요.


 


드디어 4학년이 되어 첫 도시락을 싸다니고, 마징가제트 제트그림이 새겨진 은색 도시락을 으시댔습니다. 하지만 철없는 기쁨도 잠시 도시락을 풀 즈음엔 조용히 사라지는 한 동급생남자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내 옆자리 짝이었습니다. 일전에 나누었던 대로 우리 집 살림도 때끼니를 잇기조차 위태롭곤 했기에 저는 선뜻 어쩌지 못했습니다. 사실 그 친구는 단순히 더 가난한 아이만이 아니라 빡빡 머리를 깍고 앉은 고아원 원생이었습니다. 어쩌다 그시대의 평범한 가정처럼, 가난을 짊어진 저의 엄마에게 이 사연이 흘러들었고, 노곤하던 어머니는 시큰둥하게 들으셨습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저는 아무말 없이 싸주시는 2개의 도시락을 들고 매일 나누게 하셨습니다. 어떤 날은 고작 단무지가 반찬이었고, 어떤 날은 고추를 썰어 넣었어도 간혹 계란이나 깻잎반찬도 실렸는데 동무는 언제나 동일하게 고마워했습니다. 몇 달 쯤 지났을 때, 거친 말로 인종청소가 시작되었습니다. 줄기차게 고아원생들이 즐비한 학교문화에 이의제기와 민원이 이어졌었고, 결국 아이들이 짐을 싸서 특정 학교 또는 시설로 보내졌던 것입니다.


축출이 완료되던 날, 내짝이던 빡빡머리 창백한 동무가 씨익 웃으며 내게 뭔가를 건넸습니다. 연필자국이 번진 그다지 곱지 않은 그림이었습니다. 거북선그림. 그리고 저는 평생 그초라한(?) 선물을 기뻐합니다. 가난한 섬김과 가난한 보답이 엮어낸 제 소박한 추억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간혹 가정교회서 없는 것으로 섬길 때 감동적인 섬김이 됩니다라는 말이 회자되곤 합니다. 절대다수가 돈도 별로 없고, 하나님과 다른 사람에게 드릴 시간은 더더욱 없기 쉬운 싱글장년들. 없는(?) 싱글장년들이 싱싱수(수련회)”3/1-3/2에 갖습니다. 회비는 5만원이나 되고, 황금같은 주말연휴에 말입니다. 그런데도 서울서도 온다하고, 월차와 휴가도 내서 온답니다. 먹을 것, 커피 줄여가며 회비를 만들었다고도 합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없는 중에, 가난한 돈과 시간 중에 섬긴 것을 하나님께서 우리의 공유된 기억(shared memory)으로 보답하실 차례인 듯합니다. 당일 오전10시부터 익일 오후4시에 마치고 정리하는 순간까지 마음 푹놓고 끝까지 함께합시다. 그럴싸한 바비큐분위기와 레싱글제라블을 위시한 어설프지만 따뜻하기 그지없는 우리 가족들의 공연들과 마음을 나눌 시간까지 준비되어있습니다. 이제 '가난한' 당신, '없으신' 당신께서 하나님과 싱글장년을 시간과 재정으로 섬길 차례입니다.


싱싱수도 하나님 앞에서만 결정합시다. 할렐루야^^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자매 가운데,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 - 마태복음 25 : 40 (새번역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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